[사랑이피어나는곳에] 라면으로 끼니 때우는 고령의 아버지와 정신장애 아들

(가톨릭평화신문)
 
▲ 아내가 지난해 심장바미로 세상을 떠난 후 아들과 단 둘이 남은 전용근씨. 그가 노후된 부엌에 섰다. 천장에는 비가 새고, 벽지가 떨어질 듯 조마조마하다.

 

 


빗물에 장판지가 썩어들어가고, 집 안 곳곳에 곰팡이가 폈다. 20년 이상 사용한 냉장고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세탁기는 아예 고장 나 작동이 멈췄다. 천장은 갈라졌고,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시멘트가 흉물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족의 삶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보금자리가 ‘공사 현장’ 같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포북개로의 허름한 농가 주택. 사글세로 1년에 150만 원 집세를 내며 전용근(77)씨가 아들과 함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지적장애를 앓던 아내 이애자씨는 당뇨합병증으로 다리를 절단했고, 남편의 병간호를 받다가 지난해 10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고령의 전씨는 노동력을 잃었고, 23살 아들은 분노조절 장애가 심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아내의 사망으로 장애연금이 끊겨 생활고가 극심해졌다. 지적장애가 심한 아내는 당뇨 관리를 받지 못한 채 하지가 절단된 채 방 안에서만 지냈고, 남편이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아오는 게 전부였다.

심장마비로 인한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부자에게 충격을 안겼고, 두 부자는 서로 싸우지 않고 대화하는 법을 잃어버렸다. 구청에서 매달 쌀을 지원해주고 있으나, 아무도 밥을 하지 않는다. 그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택은 비가 새고, 천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취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애인복지관과 주민센터에서 노후화된 화장실과 보일러 시설을 고쳐주었지만, 문제는 천장이다. 천장을 고칠 비용이 없는 데다가 주인에게 고쳐 달라고 말해보고 싶지만, 집세를 올리거나 쫓겨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내의 부고로 남편은 무력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리는 아들은 복지관 직원이 오랫동안 문을 두드렸지만 1년이 지나서야 겨우 얼굴을 내밀었다. 아들은 대인기피증이 있는 데다가, 일할 의지가 전혀 없다. 연락하고 지내는 일가친척이 없어 도움을 받을 상황이 전혀 아니다.

아버지 전씨는 “우리가 덜 먹는 한이 있어도, 다른 사람한테 손 내밀지 않고 살아왔다”면서 “이제는 가지고 있는 걸로만 어떻게 해결하려고 버텨왔는데…”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김향선(모니카) 중문본당 사회복지분과장은 “제주 토박이라면 주위 친지와 지인 도움을 받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아무 연고가 없는 외부인들은 그런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 부자도 육지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제주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 제주교구 중문본당 주임 양영수 신부

 

 

 

 

 
▲ 양영수 신부

 

 


코로나19로 이 아버지와 아들처럼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 안에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들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랑을 베풀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독자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대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전용근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10일부터 16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