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우려스럽다

(가톨릭평화신문)


정부에서 내놓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로드맵’을 놓고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과 반대가 엇갈린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6일 서울 명동에서 집회를 열어 ‘UN장애인권리협약’에 근거하는 자신들의 탈시설 권리 보장을 부정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같은 날 시설 이용이 절실한 중증 발달장애인과 부모, 가족들과 연대,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에 심각한 우려와 함께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사회가 제공하는 모든 기회와 편의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가톨릭교회가 이 로드맵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의 80%는 중증 발달장애인으로 채워져 있는데 시설에 수용된 발달장애인은 우리나라 전체 발달장애인의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이제나저제나 시설 입소를 기다린다. 이들이 모두 탈시설하면,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자신이 죽으면 자식은 어디로 갈지를 평생 걱정하며 산다. 그렇다면 중증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특성과 생애주기별 상황에 따라 시설에 갈지, 자립할지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사회복지를 시작한 서구 국가들은 자립생활이든, 공동생활가정(Group Home)이든, 대형 시설이든 장애인들 스스로 선택하도록 했다. 장애인들이 모두 탈시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의 탈시설 권리를 보장하되 시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은 시설에서 서비스를 받으며 살도록 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