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협, ‘한국 가톨릭 교회 안에서의 미성년자 보호 지침’ 강연

(가톨릭신문)

세계적으로 불거져온 성직자의 아동성폭력 문제, 과연 한국교회는 교회 안에 머무는 미성년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을까. 혹시 아직 아동성폭력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언제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회장 박현동 아빠스, 이하 남자장상협)가 한국교회가 아동보호에 앞장설 수 있도록 아일랜드 교회 아동보호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남자장상협은 5월 13~1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한국가톨릭교회 안에서의 미성년자 보호 지침 강연’을 실시했다. 남자장상협은 사제나 수도자들의 아동성폭력 문제가 한국교회 역시 직면하고 있는 커다란 도전이자 위협이라고 인식하고 이번 강연을 마련했다. 남자장상협은 지난해에도 ‘미성년자 보호’를 주제로 강연을 연 바 있다.

이번 강연은 아일랜드 교회의 아동인권보호 경험과 실례를 공유하고, 그 예방과 지침에 대하여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아일랜드 교회는 1980년대 아동성폭력 문제로 신음했지만, 교회 전체의 노력을 통해 현재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아동보호를 수행하고 있다.

강연은 아일랜드교회 아동보호위원회 최고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는 테레사 데블린(Teresa Devlin)씨의 강의로 3일에 걸쳐 진행됐다.

강연에는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와 구요비 주교(서울대교구 중서울지역 및 해외선교담당 교구장대리), 박현동 아빠스를 비롯한 150여 명의 사제·수도자들이 참석했다.

데블린씨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혹은 다른 형태의 학대에 대항한 전면전에 동참해달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촉구를 전하면서 아동학대의 개념과 교회 안에서의 아동학대 인식을 살폈다.

데블린씨는 “아동학대는 비단 교회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지만, 실제로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한국교회 안에서도 아동성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보호체계와 상담·지원 서비스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블린씨는 교회 내 아동보호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동보호체계와 정책 기준을 만들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교회는 1996년 아동보호체계를 만들기 시작해 2006년에는 교회 차원에서 아동보호 기구를 설립했다.

특히 2016년에는 ‘아동보호 정책과 기준’이라는 지침을 마련하고 강력하게 시행했다. 이 지침의 마련과 시행을 위해 주교회의뿐 아니라 아일랜드교회 내 모든 수도회장상이 협력했다.

지침에는 미성년자를 위한 안전한 환경 조성을 시작으로 학대 혐의에 대한 대응과 피해자를 위한 지원뿐 아니라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위한 교육제공과 안전체계에 관한 홍보, 모니터링 등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데블린씨는 강연 중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들어 이 지침이 실제로 적용되는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아일랜드교회가 정책만큼이나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양성’이다. 아일랜드교회에서는 신학교 7년 과정 중 미성년자보호를 위한 10가지 프로그램을 반드시 이수해야만 한다.

또 주교나 수도회 장상을 비롯한 교회 내 모든 지도자들이 아동보호위원회에서 마련한 아동보호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데블린씨는 “아동보호에는 여러분 모두가 책임이 있다”면서 “아일랜드교회는 뼈아픈 고통의 과정을 겪으며 아동보호체계를 만들었지만, 한국교회는 그런 과정 없이 아동보호를 위한 체계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3일 간의 모든 강연을 경청한 박현동 아빠스는 “3일 동안 들으면서 무거운 마음을 느꼈고, 다른 참가자들 역시 이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여기서 공감한 것들을 앞으로 실행시켜 나가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여 장상들의 회의와 주교회의에서도 (아동보호체계에 관해)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