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촌 잇는 도·농 자매결연은 생명 공동체 건설 위한 연대의 끈”

(가톨릭평화신문)
▲ 농민 주일을 일주일 앞둔 14일, 서울대교구 양천성당 마당에서 우리농 서울대교구본부장 백광진 신부가 쌍호분회 농민들이 막 수확해 가져온 하지 감자를 신자들과 나누고 있다.



뙤약볕만큼이나 도ㆍ농이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는 열정도 뜨겁다. 14일 서울대교구 양천성당(주임 신희준 신부) 마당에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쌍호분회원들이 찾았다. 2003년에 자매결연을 맺었으니 16년째 이어온 직거래다. 올해 나눔 품목은 막 수확한 하지 감자 5㎏들이 70상자와 햇양파 5㎏들이 150망, 양파즙 50상자 등이다. 지난해 4월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양천본당 우리농 나눔터가 문을 닫은 지 1년 3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연 터여서 쌍호분회원들과 본당 신자들과의 만남은 더욱 각별했다.

진상국(치리노, 72) 쌍호분회장은 “화재사고로 닫았던 양천성당 우리농 나눔터를 다시 열게 됐다는 소식에 양천 신자들과 동동주를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도시와 농촌을 잇는 생명공동체 세상을 위한 작은 연대의 끈이 돼온 도ㆍ농 자매결연. 우리농운동이 올해로 25돌을 맞았다.

현재 서울대교구는 가농 안동ㆍ원주ㆍ청주교구연합회 분회들과 총 8건의 자매결연을 했고, 의정부ㆍ부산 교구도 가농 안동교구연합회 3개 분회, 1개 분회와 각각 결연했다. 또한, 농촌과 도시가 혼재하는 광주대교구는 교구 내 12개 본당 우리농 생활공동체와 8개 분회 간 자매결연을 시도, 2∼3년씩 분회를 바꿔가며 도ㆍ농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전형적 농촌교구인 안동교구도 교구 내 본당과 분회 간 4건의 자매결연을 통해 농촌 일손 돕기와 가농 소 입식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본당과 공소, 혹은 가농 분회 간 결연을 통한 ‘우리농 마을’ 만들기는 우리농운동의 궁극적 목적이지만, 아직은 그 사례가 많지 않다. 그래서 기존 자매결연이 튼튼해지고 새로운 결연 공동체들이 생겨나도록 상호 교류 확대와 더불어 충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농 서울대교구본부장 백광진 신부는 “본당 신부님과 총회장, 생활공동체 회장 등 결연 주역들이 바뀌면 인수인계도 안 되고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나타난다”며 “도ㆍ농이 상생하려면 직거래의 또 한 가지 모델인 자매결연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동교구 농민사목 전담 겸 풍양농촌선교본당 주임 안영배 신부도 “도ㆍ농 교류는 단순히 직거래만은 아니다”며 “농민들을 만나 흙을 만져보고, 그 흙이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보고 배우고 체험하면서 생태적 감수성을 느끼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결연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고, 생명농업 실천 지역에서 우선적 결연이 이뤄지도록 추진함으로써 도ㆍ농 간 공생이 미래 세대에도 이어지도록 교회가 더 많은 관심과 사목적 배려, 기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톨릭농민회 강성중(이시도로) 사무총장은 “도ㆍ농 자매결연은 교류 자체에 더 의미를 둬야 한다”며 “이해의 공감대가 만들어진다면, 직거래나 물품 나눔은 따라갈 것이고 나눔을 통해 생명 공동체 세상이 이 땅에서 건설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