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권위주의적인 신부님 때문에 성당 가기가 싫습니다

(가톨릭신문)

【질문】 권위주의적인 신부님 때문에 성당 가기가 싫습니다

40대 여성 신자입니다. 저희 본당 주임신부님이 매우 권위주의적입니다. 본당 일들을 결정할 때에도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이 있으면 심하게 화를 내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에게도 함부로 말을 하십니다. 신부님 보고 성당 가는 건 아니지만, 그런 모습을 자꾸 보니 이웃의 다른 성당으로 미사를 가게 됩니다.


【답변】 허물 있어도 그 안의 하느님 뜻 헤아려 보길

게슈탈트(Gestalt Therapy) 심리학자 베르트하이머는 “전체는 부분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장면을 시각적으로 인지할 경우 개별 이미지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총체적인 장면으로 인지한다고 합니다. 즉, 우리의 지각경험은 감각기관에서 얻어지는 즉각적인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과거의 경험이나 학습에 의존하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나 지각적인 가설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답니다. 이밖에도 개인의 동기, 타인에 대한 기대 수준, 개인의 성격 그리고 어떤 문화적 환경 속에서 성장했는가에 따라서도 다르게 지각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미리 알고 있는 것들은 세상을 지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답니다. 특히 자극이 두 가지 이상으로 모호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을 때는 개인적으로 갖는 기댓값대로 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즉, 이성이 나를 좋아하는 것도 같고, 안 좋아하는 것도 같을 때, 그가 나를 좋아하길 기대할 경우, 그가 나에게 보이는 태도를 호감으로 지각하게 됩니다.

제가 아주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부시맨’이 있습니다. 줄거리를 대충 보자면, 미군의 헬기조종사가 코카콜라를 마신 후 빈 병을 아프리카 들판에다 던져버립니다. 그때 마침 지나가던 아프리카 원주민이 깜짝 놀란 눈으로 콜라병을 보게 됩니다. 그 부시맨은 콜라병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신이 하늘에서 내린 선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신의 선물’인 콜라병 때문에 부족에서 갈등이 생기자, 주인공 부시맨은 결국 이 콜라병을 육지 끝에 가서 버리고자 긴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흔한 콜라병이 부시맨에게 ‘신의 선물’이 된 까닭은 그간의 경험에서 콜라병이 음료를 담아 놓은 용기라고 하는 것을 전혀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즉, 개인적인 경험이 지각을 결정하기 때문에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지각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들은 유명한 화가의 작품인데도 집안에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다가, 명화를 알아본 전문가들 눈에 띄어 고가 미술품으로 판정 나는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조종사이자 소설가인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사람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매력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야. 눈으로는 찾을 수 없어 마음으로 찾아야 해.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으로 보이지 않는 법이야”라고 했습니다. 어린왕자는 우리들에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며, 마음으로 상대를 보아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신부님을 뵐 때마다 스스로 나쁜 사람이 되고 싶으십니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닐 텐데요. 게다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아는 만큼 보게 된다고 하는데, 과연 신부님의 나쁜 모습만이 신부님의 전부로 보인다면 과연 이것은 누구의 문제가 되는 걸까요?

어린왕자는 또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 줍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란다.” 누구라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랍니다. 신부님에게 허물이 있지만, 신부님으로 만드신 하느님의 뜻을 헤아려 보실 수는 없는지요? 우리에게 있는 허물도 또한 덮어주고 늘 곁에 계셔주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는 시간이 미사 중에 있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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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