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박물관 건립 ‘가치 갈등 슬기롭게 푼 사례’

(가톨릭평화신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건립 과정의 갈등이 종교를 초월한 공공의 공간으로 자리 잡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신부)은 9일 박물관 내 명례방에서 제42회 한국박물관학 학술대회를 (사)한국박물관학회와 공동개최했다. 이날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건립 과정의 의의’를 주제 발표한 김영호(베다, 중앙대) 교수는 “박물관 건축 과정에서 불거진 이웃 종교와의 갈등은 소통과 화합의 필연 과정이자 문화와 관습 차이에서 발생한 가치 갈등이었다”며 “갈등을 극복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종교를 초월한 역사문화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천도교 등 타 종교들은 서소문 박물관 건립 계획이 조선의 공식 처형장이라는 역사성을 가리고 가톨릭적 성격만 강조하고 있다며 건립을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김 교수는 타 종교와의 소통을 통해 박물관이 다양한 사상이 결합한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박물관 상설 전시관을 통해 한국 가톨릭교회의 역사와 성리학ㆍ동학 등이 한반도 근대화에 과정에서 보인 역할들을 전시하고 있다”며 “박물관 구조 또한 가톨릭 성지이면서 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공공 공간을 지향하는 콘셉트로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가치 갈등에 직면했으면서도 이를 슬기롭게 풀어나간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 토착화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보편 교회의 뜻을 이어받으면서 종교적 융합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결속을 이어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이는 작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종교 분쟁 없는 우리나라의 사례를 볼 때 불가능한 것 역시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앞으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지배 권력의 도구로 전락해 온 과거를 반성하면서 현 사회 이슈에 능동적으로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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