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아이들에게 반찬 선물하는 ‘숙희네 찬방’

(가톨릭평화신문)
▲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변숙희씨는 15년 동안 소외된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명절 때마다 음식을 선물해왔다.



“눈만 뜨면 일어나 반찬 해야 하니까 시간이 안 나요. 워낙 맛있는 음식을 해서 먹이는 거 좋아해서 명절마다 아이들 생각이 났네요.”

서울 강동구 상일로에서 반찬 전문점 ‘숙희네찬방’을 운영하는 변숙희(아녜스, 68, 고덕동본당)씨는 15년 동안 성모자애드림힐에서 생활하는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반찬 나눔을 해왔다.

그는 20년 가까이 대형마트의 반찬 코너를 운영해왔다. 조림, 볶음, 국 등 반찬 종류만 70종이 넘는다. 변씨는 해마다 설과 추석 명절이 되면 아이들이 먹을 전부터 부친다. 반찬을 나누기 시작한 계기는 명절 때 팔고 남은 반찬 덕분이었다.

“남은 반찬을 버릴 수 없어서 꾸준히 후원해오던 복지관에 전화를 걸어 음식을 갖다 줘도 되냐고 물었어요. 그런데 남은 음식을 갖다 준다는 게 미안해지는 거예요. 한참 잘 먹고 커야 하는 아이들인데….”

두 자녀의 엄마인 변 사장은 아이들에게 남은 음식을 먹인다는 게 마음에 걸려 다음 명절부터는 순서를 바꿨다. 팔아야 할 반찬보다 나눌 반찬부터 조리한다. 팔고 남은 반찬은 가락시장에 모여드는 노숙인들에게 보낸다.

변 사장은 두 자녀를 키우는 전업주부였다. 40대 후반, 잠실본당 교육관 축복식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과 신자들에게 손수 만든 음식을 선보였다. 그의 손맛은 입소문을 타 그에게 음식을 배우려는 이들이 몰렸다. 당시 여성잡지에 ‘소문난 동네 요리선생’으로 소개돼 레시피도 공개했다. 내친김에 한식·중식·일식 조리사 자격증도 땄다.

“반찬가게를 한 게 추기경님 음식 대접을 하면서 시작됐고, 두 아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키워냈고, 이만하면 감사할 일이 많아요. 많이 도우며 살고 싶어요.”

그는 두 달 전, 반찬가게 숙희네찬방을 연 후로는 십일조도 내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