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음으로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가톨릭평화신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사순 시기 담화를 발표하고 “이 은혜로운 시기에 (주님께서)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셨듯이 우리를 이끌어 주시도록 자신을 내어 맡기고, 파스카 신비를 더욱 깊이 관상하자”고 당부했다.

교황은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2코린 5,20)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예수님의 파스카는 성령의 권능으로 언제나 현재가 되어, 고통받는 이들 가운데에 계시는 예수님의 몸을 우리가 믿음으로 알아보고 만져볼 수 있게 해준다”며 회개의 근본인 파스카 신비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지난해 발표한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Christus Vivit)를 인용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활짝 벌리신 두 팔에 여러분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그리스도께서 계속해서 다시 여러분 자신을 구원하시도록 하라”며 “죄를 고백하러 갈 때에 여러분을 죄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그리스도의 자비를 굳게 믿으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회개를 위한 은혜로운 때를 고마워하며, 이러한 기회는 끊임없이 우리와 구원의 대화를 나누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강한 뜻을 드러내 준다”며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의 파스카 신비를 통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자 하신다”고 말했다.

교황은 아울러 “파스카 신비를 삶의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이 세상의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들 안에 아로새겨진 그리스도의 상처에 대해 우리도 같은 아픔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간을 이기주의에 가두는 부의 축적을 버리고 희사(喜捨)를 통해 가장 궁핍한 이들을 위한 나눔을 실천해달라고도 요청했다.

교황은 “사순 시기를 거행하는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을 들어 하느님과 화해하고, 우리 마음의 눈을 파스카 신비에 고정시키며, 회개하여 하느님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사순의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도 사순 시기 담화를 내고, 진정한 회개와 이웃을 위한 자비의 마음을 당부했다.

염 추기경은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 3,19)의 제목의 담화를 통해 “진정한 회개는 그저 지난 잘못을 뉘우치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중심을 하느님을 향해 완전히 전환하는 것”이라며 “무관심의 유혹을 넘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연민을 가지고, 그들과 시선을 맞춰 자비와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느님 말씀을 신앙의 나침반으로 삼고, 신앙의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각자가 속한 본당 안에서 복음 선포의 사명을 배우고 시작하며 성장시켜 나가자”고 전했다.정 주교도 ‘주님, 당신께서 죄악을 살피신다면 주님, 누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시편 130,3)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회개는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향하는 삶을 의미한다”며 “회개의 삶을 통해 죄에서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는 삶으로 나아가고, 옛사람을 버리고 새 사람을 입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바로 사순 시기를 살아가는 신앙인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파스카 신비

파스카는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해방된 사건을 기념하는 축제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기리는 날. 파스카는 히브리어 ‘통과하다’, ‘지나가다’에서 유래됐다. 구약의 파스카 사건은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 수난ㆍ죽음ㆍ부활을 통해 새로운 파스카로 거듭난다. 예수 그리스도는 수난과 죽음, 부활을 통해 모든 인간을 위한 파스카의 어린 양이 됐다. 가톨릭교회는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부터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 3일간 ‘파스카 성삼일’을 통해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