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먼저 ‘스마트 쉼’ 모범적 실천

(가톨릭평화신문)
▲ 스마트폰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세상이다. 눈을 뗄 수 없는 콘텐츠가 모바일 기기와 텔레비전 등을 통해 흘러나오고 먹는 방송을 보면 군침을 흘리며 꼭 먹을 것을 다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지만, 그 편리함에 길들어 소비를 줄이기 힘들고, 갖고 싶은 물건은 남들보다 싸게 사야 직성이 풀린다. 내 생각만이 옳고 그 의견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꼰대질’도 끊기 어려운 유혹 중 하나다.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 시기가 시작됐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처럼 광야에서 금식할 수 없지만, 그리스도인으로 참회와 절제, 자선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신자의 도리다. 이번 사순은 다양한 절제와 비움을 주제로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5회에 걸쳐 일상 속에 실천할 수 있는 절제와 비움을 소개한다.


1. 스마트폰
2. 육식과 기호 식품
3. 에너지 절약, 일회용품
4. 소유욕
5. 내 입장에서만 바라보기(꼰대질)



▨ 새로운 우상, 스마트폰

퇴근 후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 간 김 스테파노(47)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버스 도착 시각을 확인한다. 이어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앱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고, 버스에 올라 좌석에 앉자마자 유튜브로 다양한 영상을 시청한다. 집까지 가는 시간은 1시간 남짓, 영상 시청이 지루하다 싶으면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운다.

집에 도착해서도 스마트폰 사랑은 식지 않는다. 김씨가 스마트폰을 보는 사이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도 저마다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고 게임 등을 한다. 식사 후에도 손에서 쉽사리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스마트폰을 보던 김씨가 “또 이렇게 하루가 가겠구나”라는 생각에 자녀들에게 호통을 쳐보지만, 그것도 잠시, 김씨나 자녀들 역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뭘 해야 할지 몰라 초조한 눈치다.

한 번 빠지면 벗어날 수 없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10명 중 9명은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심지어 보행 중에도 손에서 놓지 않는 이들도 있다. 새로운 우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은 각종 수치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2만 8592명)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워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과의존’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목됐다. 부모가 과의존 위험군인 경우에는 유·아동의 36.9%, 청소년의 67.5%가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왔다. 문제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가족 간 대화가 사라지고 스마트폰 중독임을 인정해도 끊기가 쉽지 않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장 김민수(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신부는 “부모가 어린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시키고 책 읽는 습관을 심어줘야 한다”며 “더 나아가 신앙 안에 어떻게 스마트 쉼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평협(회장 손병선)은 신자들의 스마트폰 쉼을 돕고자 2020년 사순 묵상 수첩 ‘하느님 안에서 쉼’을 발간했다. 부모가 먼저 ‘스마트 쉼’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자녀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 계획과 규칙을 만들도록 도울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 △잠자리에서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 △2세 이하 영유아에게 절대로 스마트폰 주지 않기 △스마트폰을 끄고 묵주기도 5단 바치기 등을 실천 사항으로 제시했다. 청소년 실천 사항으로는 △이동 중에 스마트폰 보지 않기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메신저를 이용하고 알림 기능 끄기 등을 꼽았다.

김 신부는 “파견된 제자들이 자신의 활동 보고를 마치자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라고 말씀하셨다”며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내가 어떤 삶을 사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