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가톨릭신문)

“인간이 아니라 남자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지난해 7월 8일 한 시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러한 글을 올리며 “리얼돌(real doll) 수입·판매를 금지해 달라”고 청원했다. 대법원은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정도는 아니라면서 리얼돌 일부 수입을 허가했지만, 리얼돌이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이지 남성이 주였으면 그때도 존엄성 훼손이 아니라고 했을지 궁금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했지만 아무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을까요?”라고 지적했고, 해당 청원에는 한 달 만에 26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최근 프로축구팀 FC서울의 ‘리얼돌 관중’ 사건으로 리얼돌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이 리얼돌 일부 수입 허가를 했는데도 많은 사람이 반대하는 이유는 리얼돌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상품으로, 남성 위주의 사고를 더 고착화할 수 있어서다. 실제 얼굴은 물론 몸 구석구석을 본뜬 리얼돌은 ‘성기구’다.

2017년 한 업체가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조치를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을 때 1심이 이를 불허한 것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국가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보다 존엄성 침해와 남성 중심 구조의 사회 고착화를 사람들은 더 우려하는 것이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도 논문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여성신체 유사 인공물에 기반한 포스트 휴먼적 욕망 생태학 비판’에서 “(2심과 대법원은 리얼돌이) 여성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어떠한 심리적·물리적·성적 위해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면서 “리얼돌 수입·판매 허가 판결은 여성 시민의 자리를 일체 소거한 남성 편향적이며 불평등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리얼돌 수입·판매·이용이 지속되면 여성의 인권 증진과 존엄성 수호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n번방 사건에서 최대 26만 명이 여성의 ‘노예화’를 방관한 것처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리얼돌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실제 여성에 대해서도 성적 대상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5월 17일 프로축구팀 FC서울이 리얼돌 관중으로 비판을 받자 보인 반응은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익숙해진 조직이 여성의 존엄성 침해에 얼마나 안이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당시 FC서울은 리얼돌인지 몰랐다, 성인용품이 아니라는 확인 과정을 거쳤다고 했지만, 네티즌들의 지적처럼 여성 마네킹을 관중석에 앉혔다는 점, 그를 통해 여성 자체를 성적 도구화했다는 문제의 본질은 인식하지 못했다. 실제 FC서울이 “재미있는 요소”라며 배치한 마네킹 30개 중 28개는 여성 마네킹이었다.

때문에 리얼돌 자체를 생산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 28일과 11월 23일 서울 종로 청계광장 등지에서는 제작·판매·수입 등 리얼돌 전면 금지를 요구하는 리얼돌 수입 허용 규탄 시위가 열렸고, 그해 10월 11일 유승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더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관련 부처가 신속한 협의로 규제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교회 역시 여성의 성적 도구화와 개인이 자신을 함부로 다루는 자위행위 자체를 금하고 있다. 자위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부도덕한 행위일 뿐 아니라, 성·성관계는 배우자와 자녀 출산의 가능성이 열린 상태에서만 나눠야 하는 기쁨·사랑이라는 본질적 의미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2007년 11월 28일 ‘가톨릭 성윤리와 청소년 성교육’ 주제 학술 세미나에서 ‘가톨릭교회의 성윤리’에 대해 발제한 이동호 신부도 이렇게 지적했다. “(자위행위는) 성적 상상과 마음으로 저지르는 간음행위이며 습관적인 자위행위는 성적통제력의 완전 포기를 유발하며 또 다른 성범죄의 예행연습이 될 수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