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톨릭 출판계의 변화

(가톨릭신문)


가톨릭출판사(사장 김대영 신부)의 독립 출판 브랜드인 ‘일므디’(Il me dit)가 첫 책 발간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가 나에게 말하다’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가져온 일므디는 ‘책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므디의 이름으로 나온 첫 번째 책은 「몸에 밴 어린 시절」이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파악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안목을 제시하는 이 책은 나와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책을 출간한다는 일므디의 취지를 함축하고 있다.

종이책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새로운 시작을 알린 일므디. 힘들고 어려운 길에 도전장을 내민 이 출판사의 시작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가톨릭출판사 내 독립 브랜드인 일므디는 종교 색채를 덜어낸 인문, 에세이, 자기계발서, 심리 분야의 도서 출간을 목표로 문을 열었다. 종교 출판사라는 편견 때문에 비신자 독자들의 진입장벽이 높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독립 브랜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가톨릭출판사는 지난 5월 일므디라는 이름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기존에 가톨릭출판사에서 발간했던 사랑, 생명 등 복음의 가치를 담은 책들이 일므디를 통해 세상에 나오면서 종교서적으로 국한돼 만나기 어려웠던 일반 독자들을 끌어 모은다는 계획이다. 일므디를 계기로 출판사의 복음전파 기능이 확장된 것이다.

가톨릭출판사 관계자는 “가톨릭출판사라는 이름의 특성상 비신자인 독자들은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새로운 브랜드인 일므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안식이 되는 책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회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의미있는 움직임은 이뿐 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성바오로출판사도 자회사 격인 ‘레벤북스’를 만들어 새롭게 출발했다. 독일어로 생명, 가장 귀중한 것을 뜻하는 ‘레벤’(Leben)에서 이름을 가져온 레벤북스는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생명을 전하려는 목적으로 세워졌다. 미디어를 통한 복음전파를 목적으로 1962년 세워진 성바오로출판사는 교리, 영성, 성경, 전례 등 신앙적인 내용의 책들을 발간해왔다. 50여 년간 한길을 걸어온 성바오로출판사가 변화를 결심한 계기는 복음전파라는 사명을 시대에 맞게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레벤북스 편집장 김동주 수사는 “성바오로출판사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들이 교회 안에서는 많이 소비되고 있지만, 교회 밖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며 “각자의 삶이 힘들고 척박한 이 시대에 사랑, 생명, 평화 등 복음의 핵심 가치들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수사는 또 “더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가치들을 알리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사를 필두로 새롭게 꾸려진 레벤북스는 복음 말씀을 앞세우기보다 사랑, 용서, 평화, 생명 등 복음의 핵심 가치를 담은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책의 저자 역시 가톨릭 신자로 국한하지 않는다. 하느님의 가르침과 맞닿은 가치들은 레벤북스의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두 출판사와 함께 더욱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김 수사는 “레벤북스는 성 바오로 사도의 뜻을 따라 하느님의 가치를 세상에 전하는 사명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음이 힘든 분들에게 좋은 책, 건강한 책, 활기를 주는 책들을 전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