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적대적 분단의 기억 끊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시대로 나아갈 때

(가톨릭평화신문)
▲ 6ㆍ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개최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에서 강주석(단상 왼쪽) 신부가 참석자들의 질문을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6ㆍ25전쟁이 발발한 지 70년. 같은 민족끼리 서로를 죽이고 죽어간 전쟁은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참혹했던 전쟁의 기억은 분단 체제 속에서 어떻게 작동했을까, 또 전쟁의 기억을 어떻게 하면 미래를 위한 화해와 평화의 기반으로 재구성할지를 나누고 성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휴전 67주년 기념일인 7월 27일 의정부교구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전쟁의 기억과 화해의 소명’을 주제로 ‘2020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을 열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이수정(체칠리아)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일상을 전쟁터로 만드는 방식으로 6ㆍ25전쟁을 기억했다는 점은 남북한 정권이 같았다”며 “냉전체제 아래에서 남북한 정권은 오랫동안 ‘전쟁의 기억’을 타자에 대해 적대적, 전투적 주체를 양산하고, 전쟁의 문화를 재구성하는 기억의 정치에 활용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에서 월남한 (가칭)강변군민회 구성원들과 이남에 남은 월북자 아들 사례를 통해 전쟁의 기억과 갈등, 화해 과정, 평화의 문화 조성 방안 등을 모색했다.

이 교수는 특히 4ㆍ3사건 당시 수많은 희생자를 냈던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주민들의 오랜 갈등과 화해, 공동 추모 공간 조성 사례를 통해 전쟁의 기억을 어떻게 용서와 화해의 기억으로 재구성해 나갈지를 살폈다.

이 교수는 “평화와 화해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할 때만 전쟁의 기억은 탈분단의 기억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미래를 위해, 또 미래를 향해 전쟁을 기억한다는 것은 폭력과 갈등 구조와 효과, 잔재를 겸허하게 인정하면서 소통과 공감, 용서와 화해를 통해 새로운 사회로 만들어가는 끝없는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쟁의 기억을 평화와 화해의 기억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화해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는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적대하는 것으로는 전쟁을 끝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지금 우리가 6ㆍ25를 통해 기억해야 할 것은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다짐, 화해 없이는 전쟁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동호(서울대교구 이문동본당 주임) 신부도 “한국 천주교회는 평화학 교과서나 부교재를 마련해 교회생활의 전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며 “그 교과서와 부교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교회와 국가, 교회와 사회, 교회와 문화 사이의 경청과 대화, 협력이 필요하며 그 자체가 평화 실현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교회의 민화위 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기조강연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분단의 족쇄를 끊고, 기도를 통해 마음의 분열과 갈등을 벗어버리고, 일상생활 안에서 쉽게 분노하고 미워하는 분단의 문화를 지양해야 할 것”이라며 “매일 밤 9시 바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와 교회 안에서의 인도적 대북지원, 용서하고 화해하고 연대하고 나누기 위한 평화교육, 마지막으로 평화협정을 위한 연대에도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