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집중호우로 수도원·성당도 큰 피해

(가톨릭평화신문)
 
▲ 3일 경기 연천 지역에 내린 폭우로 수해를 입은 김미자씨의 목공소에서 이튿날 5사단 35연대 육군 장병들이 복구 작업에 힘쓰고 있다. 백영민 기자

 

 


연일 집중호우로 충청도와 경기도, 경남 일대 본당과 신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의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착한 의견의 성모 수도원은 2일 밤사이 내린 비로 수도원 1층 입구 쪽 회랑과 로비, 사무실 등에 물이 들어차는 피해를 입었다. 수도원이 있는 연천군 일대는 전날부터 시간당 100㎜에 이르는 비가 쏟아졌다. 3일 밤까지 이어진 장대비가 결국 수도원 1층으로 흘러들었다. 수도자들은 이날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수도원으로 밀려 들어오는 빗물과 토사를 막고 청소했다. 다행히 빗물은 성당까지는 들이차지 않았지만, 로비와 사무실의 바닥 난방 시스템과 전기 시설이 고장 나는 피해를 봤다.

지부장 이기훈(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수사는 “정말 퍼붓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비가 너무 많이 쏟아졌다”며 “수도원이 얕은 산지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런 비 피해를 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 수사는 “모두 당황하고 놀란 상황에서 수사들이 잘 대처했지만, 폭우가 계속돼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피정의 집도 운영에 어려움이 지속돼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에서 성진목재목공소를 운영하는 김미자(데레사, 연천본당)씨는 이번 폭우로 3000만 원에 달하는 재산 손해를 입었다. 비가 내리면서 갑자기 물이 차올라 목공소와 집이 침수됐다. 집안의 모든 물건이 다 휩쓸려 떠내려갔다. 담도 폭우로 무너졌다. 목재도 모두 물에 젖어 쓸 수 없게 돼 대부분 버려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조가 늦어 3일 오후 3~4시까지 물에 갇혀 떨어야 했다. 남편은 뇌경색과 신부전증 등 건강상의 이유로 현재 병원에 입원시킨 상태다. 김 씨는 “살림은 없어도 살지만, 생명처럼 여기는 평생 재산인 목재를 모두 못 쓰게 됐다”며 “물에 잠긴 것들을 들어내야 하는데 여자로서 손댈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수원교구 미리내성지도 호우로 피해를 입었다. 2일 안성지역에 쏟아진 200㎜가 넘는 국지성 호우로 성지 내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성당으로 올라가는 도로가 유실돼 통행이 금지됐다. 성당 내부에도 물이 새서 순례자를 위한 미사는 미리내 성요셉성당에서 봉헌 중이다. 성지 사무실 측은 “성지로 올라가는 길이 골짜기라 피해가 컸다”며 “다음 주까지 비 예보가 있어 직원들도 비상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수원교구 청덕본당도 2일 빗물이 임시 성전 벽 사이로 스며들어 제의실에 물이 차는 피해를 입었다.

2일 194㎜의 강우량을 기록한 감곡면의 청주교구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은 성당 뒷산인 매산의 산사태에 대비하면서 주민들 피해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본당 신자 중 몇몇 가구가 수확기에 접어든 복숭아밭이 유실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희성 주임 신부는 “하천과 저수지 범람 경보가 계속되고 있어 아직은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청주교구 충주 엄정본당 신자 40~ 50가구가 과수원과 축사가 침수되거나 유실되는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부산교구 길천본당은 7월 23일 부산 지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로 성전과 제의실, 사무실, 강당 등 성당 전체가 침수됐다. 침수 소식을 들은 신자들은 새벽부터 나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침수된 곳곳을 복구해 25일 저녁부터 미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7월 30일 150㎜에 이르는 집중호우로 대전시 서구 정림동 일대가 침수됐다. 특히 지은 지 35년이 넘는 코스모스아파트 2개 동 1층이 침수돼 28가구가 침수 피해를 보고 차량 100여 대가 물에 잠겼다. 또 인근 우성아파트 2개 동 지하 주차장에 있던 200여 대의 차량이 침수되고,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이에 이 지역 관할 본당인 대전교구 정림동본당은 이튿날 정림동주민센터에 긴급구호비로 300만 원을 전달했다. 본당 신자 중 코스모스아파트 거주자 2가구와 우성아파트 거주자 10여 가구가 있지만, 신자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지원해달라며 성금을 전달했다.

백성수 주임 신부는 “교우들께는 따로 전화를 드려 위로했지만, 지역 주민들 모두 동네 이웃이니까, 주민센터에 성금을 전달하고 다 같이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2일 주일 교중 미사에서도 교우들도 동네 일이니까 다 같이 봉사하고 노력하면서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자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4일 오전 6시 기준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사망 12명, 실종 14명, 부상 7명 등 모두 33명의 인명 피해가 났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이 629세대 1025명, 일시 대피인원 2228명이 된다고 발표했다. 중대본은 이미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화된 상태로 산사태와 급경사지 붕괴 등이 우려된다며 국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오세택ㆍ이상도ㆍ백영민ㆍ이정훈ㆍ도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