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우리 사회의 참 평화 간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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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성모 승천 대축일(815)을 맞아 메시지를 발표했다. (메시지 전문 하단 첨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를 주제로 발표한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에서 염 추기경은 북한 동포들과 성모 승천 대축일의 기쁨과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해방 75주년과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올해, 신중하게 기도하고 분별하여 평양교구를 파티마의 성모님께 봉헌하기로 했다성모님의 보호와 전구를 통해 북한교회도 하루빨리 기쁨과 평화 속에 다시 주님께 찬미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평양교구를 위한 특별한 강복을 요청했다면서 참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남북한이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염 추기경은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우리 사회의 참 평화도 간구해야 할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하는 시급한 과제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로 일치하여 평화롭게 공존하는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위로와 은총이 함께 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전문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간 소식지인 서울주보’ 815일자에 실린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가톨릭인터넷 굿뉴스(http://www.catholic.or.kr/) 서울대교구 페이스북(www.facebook.com/commu.seoul)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중 제대 양옆 기둥에 대형 태극기를 게양한 모습.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오는 15일 낮 12시 명동대성당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미사를 집전한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매년 815일을 성모 승천 대축일로 기념한다. 초대 교회부터 지켜온 성모 승천 대축일은 성모 마리아가 지상 생활을 마친 다음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로 불려 올라갔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국이 일제 치하에서 벗어난 815일은 바로 성모 승천 대축일이었다. 이에 한국 천주교회는 광복을 성모 마리아의 선물로 여기고 광복의 기쁨에 동참하며, 민족의 해방과 세계 평화의 회복에 감사하는 미사를 전국 성당에서 봉헌한다.

오늘날에도 한국 천주교회는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내며 광복절도 함께 기념하고 있다. 명동대성당은 매년 815일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며 제대 옆 기둥에 대형 태극기를 게양한다.

 

 

2020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루카 1,28)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모님께서 하늘로 불러올려지심을 경축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에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온 세상 곳곳에 가득히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순종한 신앙인의 모범이신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희망의 징표입니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신앙에 충실하면 구원을 받아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38)

 

성모 승천 대축일은 우리 한국 천주교회에 아주 특별하고 의미 있는 날입니다. 1945, 한국 천주교회의 주보이신 성모 마리아의 승천 대축일에 우리나라는 고통스러운 일제강점기를 끝내고 해방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해방에 뒤이은 남북 분단과 1950년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 민족 모두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종교인들은 더 큰 수난을 당해야 했습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북한의 모든 성당이 폐쇄되고 수도원은 해산되었습니다. 또한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은 무자비하게 연행되어 고초를 겪거나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한국교회가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는 ‘“하느님의 종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는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이라는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최후까지 신앙을 지켰던 분들입니다. 북한 동포들과 성모 승천 대축일의 기쁨과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현재 북한에는 성무 활동을 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성직자도 없습니다.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는 저는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때문에 저는 해방 75주년과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올해, 신중하게 기도하고 분별하여 평양교구를 파티마의 성모님께 봉헌하기로 했습니다. 봉헌식은 명동대성당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중에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이 봉헌은 1927년 평양교구가 설정된 이래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비록 봉헌식의 장소가 평양이 아닌 서울이지만, 평양교구와 서울대교구의 영적 일치성을 감안할 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평양교구를 위한 특별한 강복을 요청했습니다. 교황님은 우리가 평양교구를 파티마의 성모님께 봉헌할 때 성모 마리아의 보호를 특별히 청해주실 것입니다. 우리 신자들도 이 봉헌식을 통해 북한교회가 신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복음화를 위한 사업을 지원하고 실천하겠다는 확고한 결의로 각자의 마음을 다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기도, 회심, 참회 및 희생과 봉사를 통해 평화의 사도로 주님께 부르심 받았습니다. 부디 성모님의 보호와 전구를 통해 북한교회도 하루빨리 기쁨과 평화 속에 다시 주님께 찬미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랫동안 한국 천주교회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촉진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 남북한 상호교류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남북문제는 무력이 아니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참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남북한이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우리 사회의 참 평화도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념적 분열과 생명경시 풍조의 만연, 부익부 빈익빈의 가중 등 과거의 어느 시대에도 경험할 수 없었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삶은 모든 부분에서 양극화 현상이 더욱더 두드러질 것이라 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물질 만능주의와 경제 우선주의의 유혹에 빠져 점점 더 이기적이 되어가고 편의성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세대 간, 계층 간의 갈등의 골을 깊게 할 뿐입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하는 시급한 과제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로 일치하여 평화롭게 공존하는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조화롭게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을 지닌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깊이 확신해야 이런 공동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때 비로소 이사야 예언자가 예언했던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는(이사 11,6) 세상,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고 공존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향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이 가르쳐주신 사랑의 실천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있는 불안과 불신을 극복하여 이 땅에 참 평화를 이룹시다. 세상에 참 평화를 이루기 위해 힘써야 함은 사회의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우리 신앙인에게도 중요한 책무입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내면서 성모님의 바다 같은 큰 사랑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불안과 미움, 부정적인 요소가 모두 해소되어 사랑과 평화로 흘러넘치는 새로운 세상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위로와 은총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을 위해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빕니다.

 

2020815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 평양교구장 서리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구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