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구 재난재해봉사단 활동 사실상 멈췄다

(가톨릭평화신문)
▲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서울카리타스자원봉사단은 2011년 8월 사랑의 빨간 밥차를 몰고 폭우 피해를 입은 경기도 동두천시 중앙동에서 이재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복구작업을 도왔다. 가톨릭평화신문DB



열흘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이재민이 7500명이 넘고, 성당과 수도원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주택 및 농지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각 교구 사회복지회를 주축으로 한 재난재해봉사단이 광주대교구를 제외하고 활동을 중단했거나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활동 중단의 주된 이유는 봉사자 고령화, 지역사회 봉사단체로서 인적ㆍ물적 자원 확보의 어려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따른 교육 및 훈련 제한 등으로 나타났다.

2018년까지만 해도 재해재난봉사단을 운영한 교구는 서울ㆍ대구ㆍ광주ㆍ전주ㆍ춘천교구 등이었다. 이 봉사단들은 태풍 매미(2003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2007년), 세월호 참사(2014년) 등 지금까지 재해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에 뛰어들어 긴급 구호활동을 통해 이재민들과 아픔을 나눴다.

서울시 재난재해대책본부와 연계돼 가장 체계적으로 활동했던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카리타스봉사단은 2017년 7월 폭우로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된 충북 괴산군에서 구호 활동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접었다. 봉사단 이름은 남아있지만, 구성원과 활동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관계자는 “봉사단원은 대부분 ‘나눔의 묵상회’ 수료자들로, 나눔의 묵상회 피정을 수료하면 자동으로 카리타스봉사단으로 편입됐다”면서 “나눔의 묵상회가 봉사활동을 노숙인 야간 순회와 사랑 평화의 집 봉사로 한정하면서 구심점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법인 역할을 강화하면서 사회복지시설 위ㆍ수탁 관련 업무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구카리타스자원봉사센터 내에 재해재난봉사단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활동은 사실상 멈췄다. 단원 연령대는 60대 후반에서 70대 어르신으로, 재난 현장에 투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재난재해봉사단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카리타스자원봉사센터 곽영철(이냐시오) 팀장은 “기존의 봉사자들이 열심히 하시는데 연로하셔서 이제 그만 오시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젊은 봉사자들로 채워지는 것도 아니”라면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교구 내 모든 본당에 재해재난 전담 담당자를 두어 이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교회 전체가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교구마다 상황이 다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전주카리타스봉사단은 2006년 폭설로 인해 전주교구 신태인본당 신자의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면서 창립됐다. 당시 서울카리타스봉사단에서 파견된 봉사자들 도움을 받으면서, 교구 내에 재해재난에 대비한 긴급 구호단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재난재해 현장에서 활발히 구호활동을 벌였지만 최근 활동이 주춤해졌다. 1년에 한 차례 모여 대비 훈련과 교육을 했지만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으로 그마저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변효석(루도비코) 단장은 “창립 당시 봉사자들은 100여 명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30여 명으로 줄었고, 젊은이들의 참여가 어려운 데다가 문자 메시지로 봉사 참여를 유도하면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하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변 단장은 이어 “교회의 사명이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인데, 요즘처럼 집중호우로 피해가 클 때는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2018년 7월 25일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전국 교구 단위의 연대를 위한 재해재난봉사단협의체 설립을 논의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는 각 교구의 봉사 및 지원활동이 산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재난재해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서창원(요셉) 부장은 “재난재해가 닥칠 때마다 교회의 긴급구호 활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긴급 구호 활동에 전문성이 떨어지고, 물적ㆍ인적 자원의 한계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