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주교단, 온라인으로 ‘탈핵 순례’

(가톨릭평화신문)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일본 주교회의가 17일부터 이틀간 온라인으로 제6회 ‘한일 탈핵 평화순례’를 개최한다.

이번 주제는 ‘성장 신화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세상으로’이다. 한일 탈핵 평화순례는 양국 주교회의가 2015년부터 해마다 번갈아 개최하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각국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온라인으로 중계하기로 했다.

한국 순례단은 17일 첫 행사로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현장을 방문하고 나아리 해변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이어 원전이 위치한 나아리 주민들과 간담회도 한다. 주민들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대기를 호흡하며 삼중수소 피폭을 당해 정부에 6년째 이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이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아 주민들은 무턱대고 집을 팔고 이사 갈 수도 없는 까닭이다. 삼중수소는 장기 노출될 경우 백혈병ㆍ암 등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월성 원전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핵폐기물을 늘리는 맥스터를 추가로 건설하고자 한다. 맥스터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하는 시설로 그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은 간담회에서 맥스터 증설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지난달 마무리된 맥스터 증설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 과정이 불투명한 데다 위원 구성의 대표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져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맥스터 증설 결정 과정을 둘러싼 문제를 논할 계획이다.

일본 측은 같은 날 세미나를 열고, 화상회의 온라인시스템 ‘줌(Zoom)’으로 중계한다. 무토 루이코(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자 단체 대표 겸 후쿠시마 원전 형사소송 지원단 공동대표)씨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올림픽’을 발제한다. 일본 정의평화협의회 총무 미츠노부 이치로(예수회) 신부도 ‘후쿠시마 사고 10년째, 가톨릭교회’를 주제로 발표한다. 한국 측은 숙소인 부산 ‘은혜의 집’ 피정시설에서 이를 시청하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18일 한국 순례단은 부산 은혜의 집에서 장영식 사진작가의 ‘사진으로 보는 탈핵이야기’ 강연을 듣고, 탈핵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탈핵 평화 기원 미사도 봉헌한다. 이어 부산ㆍ울산 고리ㆍ신고리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한다. 부산 에너지정의행동 정수희 활동가가 안내한다.

일본 순례단은 이날 일본 탈핵 운동 상징인 도쿄 다이고 후쿠류마루 전시관을 방문하고, 탈핵 평화 집회를 진행한다. 주제는 ‘코로나도 핵도 인간의 짓이다’. 다이고 후쿠류마루는 1954년 미국이 태평양 비키니환초에서 행한 수소폭탄 실험으로 피폭된 일본의 참치잡이 어선 이름이다. 피폭으로 선원들이 사망하면서 일본 내 대규모 반핵 운동을 촉발했다. 선박은 전시관에 보관돼 후대에 교훈을 전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전시관 큐레이터 이치다 마리씨와 탈핵 기자이자 예능인인 오시도리 마코ㆍ켄 부부가 함께한다. 집회는 줌으로 생중계할 계획이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