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신앙서적, 어떻게 고르시나요?

(가톨릭신문)

# 신자 A씨는 수능을 앞둔 자녀를 위해 기도하려고 수능 100일 기도책을 구입했다. 가톨릭대학교에서 종교학을 전공하고 생태영성가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저자 소개를 믿고 선뜻 책을 고른 것이다. 주변에 수험생 자녀를 둔 신자들에게도 같은 책을 소개해 준 A씨. 하지만 얼마 뒤 이 책이 교회인가를 받지 않은 책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기복신앙으로 오해가 될 소지가 있어 올바른 신앙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교회인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 전주교구 신자 B씨는 본당 신부님으로부터 한 권의 책을 소개 받았다. 같은 본당 신자가 쓴 이 책이 평신도가 경험한 신앙생활의 단상을 풀어내 신앙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추천한 것이다. 하지만 B씨는 책을 읽으며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했다. ‘아버지의 말씀을 받았다’는 등 사적 계시를 떠올릴 수 있는 내용들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이 책 역시 교회인가를 받지 않고 유통된 것으로, 지난해 7월 올바른 교회의 신앙을 해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교회 내 전시, 판매, 배포 및 사용 금지 처분을 받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비대면 신앙생활이 지속되면서 온라인이나 책을 통해 신앙에 대한 정보를 얻는 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수도회나 교구에서 운영하는 출판사 뿐 아니라 비가톨릭계 출판사에서도 가톨릭과 관련된 책이 출판되는 만큼 책을 선택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잘못된 용어나 표현이 사용되거나 교회의 가르침과 어긋나는 정보가 담긴 책들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1998년, 주교회의는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신앙과 도덕에 관한 저작물의 출판 승인 규정’을 발표했다. 신문, 잡지, 기타 인쇄물과 복사물, 오디오·비디오 테이프, CD, 전자 출판물 등을 포함한 저작물을 성당이나 경당에서 전시, 판매, 배포하려는 저자나 발행소는 출판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신앙과 도덕에 관한 저작물의 검열인을 교구장이 임명하고, 이들은 교회의 교도권이 제시하는 대로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기준으로 삼고 저작물을 검열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각 교구는 출판검열위원을 두고 교구에 소속된 저자나 교구 안에 있는 출판사에서 발간된 책들의 출판 승인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6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전국 교구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출판이 승인된 책은 260여 권에 달한다.

문제는 비가톨릭계 출판사에서 발간되는 신앙과 도덕을 다루는 책들을 모두 검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당에서 전시, 판매, 배포의 목적이 아니면 교회인가 없이 출판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교회의가 공개한 교회인가를 받지 않고 출판된 도서 목록(2008~2020년)에 따르면 부적절한 용어 사용, 상업적 오용의 여지, 정통 교리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18권의 책이 재검열을 요구받거나 교회 내 판매가 금지됐다. 이 중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나 성녀를 주제로 한 책도 포함돼 있었다. 출판검열 담당자들은 신앙과 관련된 책을 고를 때 교회인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교회에서 출판 승인을 받은 책은 교회인가 날짜를 책 정보가 담긴 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교회 내 판매 목적이 아니더라도 저자나 출판사가 자발적으로 교회의 출판 승인을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출판검열위원 조한규 신부는 “교리와 신앙, 그리고 윤리적 가르침에 대해서 교회의 적절한 기준과 원칙에 맞는 책들을 출판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출판 검열 제도가 생겼다”며 “가톨릭교회의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신앙과 부합되는 지를 중요하게 점검한 뒤 출판을 승인하기 때문에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을 보고자 한다면 교회인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