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탄소중립 의지에 절망” 탄소중립위 종교위원들 사퇴

(가톨릭신문)

민관합동기구인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종교계 민간위원으로 활동해온 국내 4대 종단 종교위원들이 정부의 탄소중립 의지에 절망감을 표시하며 결국 사퇴의 뜻을 밝혔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백종연 신부를 비롯한 종교위원 4명은 9월 3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탄소중립위원회 건물 앞에서 활동 중단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4개월간 위원회의 구성과 활동이 촉박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며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안과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안의 합리적 도출 가능성에 의문을 품었다”면서 특히 “결국 도출된 초안이 특정 분야의 이해관계나 과도한 고려로 인해 탄소중립이라는 근본 목적에 충분하지 않은 수준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그린 워싱 또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도구로 전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정말 탄소중립에 의지가 있는지 절망감을 느꼈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중립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기구로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지난 5월 29일 공식 출범했다. 국무총리(정부)와 윤순진 교수(민간)가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당연직인 정부 위원 18명과 전문 민간위원 77명으로 구성돼 있다.

양기석 신부(천주교창조보전연대 대표)는 피정 중인 백종연 신부를 대신해 기자회견에 참석, “모든 생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정치권과 산업계는 비용만 따지고 있다”며 “기후위기에 더 무거운 책임이 있는 산업계와 정치권이 올바르게 대처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사퇴를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은 같은 날 탄소중립위원회 종교위원 사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 “정부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제 국민들의 개인적 실천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체제의 전환을 위해 국민들에게 소통을 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