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본당 사순특강(1) - ‘선교와 교회의 사명’

(가톨릭평화신문)



가톨릭평화신문은 이번 호부터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실시하는 사순 특강을 지상 중계한다. 올해 사순 특강의 주제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다. 특강 순서는 △25일 ‘선교와 교회의 사명’(박동호 신부) △4월 1일 ‘사랑의 기쁨 가득한 가정’ (김정환 신부) △4월 8일 ‘가정 안의 십자가, 어찌할 것인가’(심백섭 신부)이다.


성경 속 하느님은 백성의 절규와 고통을 외면하시지 않으셨다. 하느님은 이들을 해방하기 위해 구약의 모세와 예수님을 보내셨다.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모세와 예수님은 자기 목숨을 내놓고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떠나는 목자처럼 강한 자들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우리를 그 고통에서 구원했다.

루카복음에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나온다. 사마리아인 비유 속에서 가장 정당한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강도당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은 사마리아인이다. 예수님과 착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은 바로 우리 교회가 되어야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50여 년 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때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가난과 박해 속에서 구원의 길을 완성 했듯, 교회도 같은 길을 걸어 구원의 길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우리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 풍요로움 속에서도 신음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구원의 소식을 갈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현실은 막막하다. 경쟁과 적자생존에 따라 모든 것이 움직인다. 힘없는 대다수 사람은 주변화되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집트의 노예로 고통받던 이스라엘 같은 처지와 루카 복음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나오는 강도 당한 사람처럼 외면받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사람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 또한 고통을 받고 있다. 단순한 환경오염 문제를 넘어 자원이 고갈되고 하늘과 땅 사이의 많은 생명이 멸절할 위기에 처해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걸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데 있다. 힘없는 이들의 고통을 전하지도 않는다. 일부러 보려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옆에서 많은 이들이 죽어 가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다.

우리는 이러한 문화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해야 한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영성을 본받아야 한다. 우리는 모세처럼 하느님의 불림을 받은 사람이다. 교회도 우리도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고통받는 이에게 다가가야 한다.

예수님은 한 마리 양을 찾아서 죽기 살기로 나서셨다. 이 모습이 선교이고 우리 교회의 사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백성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 바로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이 사명을 실천하는 도구다. 우리는 언제나 이를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

정리=장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