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도 우애 보인 순교자들의 성지

(가톨릭평화신문)
▲ 대흥봉수산순교성지 전경. 오른쪽이 우사에 샌드위치 패널을 붙인 조립식 성당이고, 왼쪽 맞은편이 옥사, 가운데 성모상 아래 돌이 참수대, 정원이 저잣거리를 재현한 형옥원이다.



‘의좋은 형제들’로 유명한 내포 대흥 고을에 순교성지가 조성됐다. 대흥 출신 김정득(베드로, ?∼1801) 순교자가 시복된 지 5년 만이다.

대전교구 대흥봉수산순교성지(전담 윤인규 신부)는 6일 충남 예산군 대흥면 의좋은형제길 25-17에서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축복식을 거행했다. 김정득 복자를 비롯한 황 베드로, 백청여, 원 안드레아 지우, 이 루도비코, 이 아우구스티노, 원 요셉 등 「치명일기」에 등장하는 대흥 출신 순교자 7위를 현양하는 성지이다.

대흥 동헌 옆에 자리 잡은 대흥봉수산순교성지는 특별히 ‘의좋은 순교자’로 불리는 김정득 복자와 예산 여사울 출신으로 예산 읍내에서 순교한 김광옥(안드레아, ?∼1801) 복자를 현양하고 기념하는 성지이다. 두 복자는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에게서 교리를 배워 입교한 뒤 신앙생활을 같이했을 뿐 아니라 공주 무성산에서의 은수생활, 홍주ㆍ청주병영ㆍ한양 포청옥 옥살이와 순교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친교와 우애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흥봉수산순교성지는 이들 순교자의 수형생활과 처형을 재현한 ‘형옥원’(刑獄圓)을 조성해 이날 공개했다. 옥사와 처형장, 순교자들을 조리돌림하던 저잣거리를 성지 내에 상징적으로 조성하고 ‘대흥형옥원’이라고 명명했다. 10칸짜리 한옥에 3개의 감옥을 둔 옥사를 짓고 주위에 원형 담을 둘렀으며, 처형장은 참수대를 설치한 뒤 그 위에 성모상을 모셨다. 저잣거리는 옥사 앞 십자형 정원을 조성하고 순교자들의 수난과 처형을 그린 오석과 십자가의 길 14처를 설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형옥원 설계는 김정신(스테파노) 단국대 명예교수가 맡았고, 도ㆍ군비 7억 4000만 원이 들어갔다.

윤인규 신부는 “대흥봉수산순교성지의 영성은 김정득ㆍ김광옥 두 복자의 영적 우애와 순례, 그리고 천주를 배반치 말고, 교우를 일러바치지 말며, 성물과 성교 책을 바치지 말라는 순교자 3계”라고 소개했다. 이어 “대흥형옥원은 박해시대 신자들의 수난과 순교 흔적을 재현함으로써 순교자들이 꿈꿨던 더 큰 행복과 부활 신앙, 하느님에 대한 강한 믿음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