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여성 청소년, 새로운 꿈 품고 날개 펴다

(가톨릭평화신문)


“벅차도록 아름다운 그대여~ 이 세상이 차갑게 등을 보여도. 눈부신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6월 28일 서울 성북구 정릉로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 선교 수녀회 건물 3층에서 발랄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자오나학교장 정수경(아가타) 수녀가 교사, 미혼모 학생들과 함께 졸업을 맞은 두 학생에게 영화 국가대표 삽입곡 ‘버터플라이’를 부른다. 사랑 가득한 눈빛을 담아 부르는 축가에 졸업생들 볼에 눈물이 흐른다.

“처음에는 (여기를) 나가고 싶어 울고불고했지만, 이제는 나가기 싫습니다. 행복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언니와 아가들과 함께 밥 먹고 떠들며 웃었던 시간이 행복했어요.”

“2년 동안 웃고 울고, 혼도 많이 났는데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두 졸업생이 소감을 발표하자 힘찬 박수가 쏟아진다. 정수경 수녀의 얼굴에는 대견함과 기특한 미소가 담겼다.

이날은 자오나학교의 제4회 졸업식. 자오나학교는 미혼모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로 위기에 처한 학교 밖 여성 청소년도 돌보고 있다.

이날 졸업생은 학교 밖 여성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2년 동안 자오나학교에서 먹고 자며 검정고시 준비와 진로 탐색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 배웠어야 할 정리·정돈하는 것부터 기초 생활습관을 비롯해 영어, 수학, 인문학 수업을 비롯해 목공, 요리수업도 배웠다.

졸업식에 앞서 졸업 미사를 주례한 한창현(성바오로수도회) 신부는 “살면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누군가는 항상 나를 사랑해주고, 기다려주고, 돌봐주고 있다는 걸 기억하라”면서 “살다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해라”고 본인 전화번호를 불러줘 웃음바다가 됐다.

정수경 수녀는 “아이들은 삶이 안정이 안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삶이 무기력해진다”면서 “살면서 한 번도 주인공이 되어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졸업식은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수녀는 “일반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했고, 부모들이 각자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며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자오나학교를 졸업해도 항상 들여다보고 신경 써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졸업한 A(18)양은 정동에 있는 카페에 취업해 바리스타의 꿈을 키워갈 계획이다. 자활직업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B(25)양은 자오나학교에서 운영하는 자오나하우스 빌라에서 1년 동안 살다가 독립할 계획이다.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