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당은 성령에 충실한 교회일까

(가톨릭평화신문)
 
▲ 대방동본당 안익장 사목회장이 6월 30일 교중미사 때 신자들에게 지난 5년 동안 본당이 실천해온 선교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사례1. 냉담 중인 신자들에게 전화를 건다. 성당에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다섯 명의 아이를 키우는데 도저히 성당에 갈 엄두가 안 나고, 유리벽 안에 갇힌 유아방에서 미사 참여하는 게 답답하다고 했다. 안셀모회 회원들은 주일에 차를 몰고 가 아이들과 부모를 데려왔다. 성당에 유아 동반 가족석을 마련해 영유아 부모들이 성전에서 미사를 아이들과 봉헌하게 했다.

사례2. 22살 발달장애인 아들을 키우는 A(48)씨는 아들과 온종일 붙어산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받아줄 곳이 없었다. 10여 곳이 넘는 복지관의 주간보호센터에 대기를 걸어놨지만 대기 순서가 100번이 넘는다. 기본적인 일생생활이 불가능한 아들과 부대끼며 식사 한 끼를 먹기도 버겁다. 그런데 3㎞ 거리에 있는 성당에서 A씨의 아들과 같은 처지의 발달장애인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성당이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과 협약을 맺고, 공간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복지사들이 발달장애인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어머니 A씨는 한 시름 놓게 됐다.



서울 대방동본당(주임 주수옥 신부)은 6월 30일 교중 미사 시간에 지난 5년간 공동체가 해온 선교활동을 정리하는 ‘평가와 감사의 시간’을 가졌다. 본당 안익장(바오로) 사목회장은 본당 공동체 현황과 함께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본당 공동체의 목표와 활동을 발표했다. 안 회장은 본당 공동체 활동을 △신앙교육 △영성ㆍ기도 △생애주기별 사목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애덕활동 △가정신앙교육 △생명운동 등 11가지 활동으로 나눠 소개했다.

대방동성당은 본당 신자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지역사회와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서라면 복지관과 협약을 맺어 공간을 내어주고 봉사자를 모집한다. 중국 교포를 위한 다문화가족센터도 지었다. 본당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위해 관계와 형태에 얽매이지 않는다. 새로운 가난, 새 복음화에 발맞추기 위해 ‘맞춤형 사목’을 지향한다.

또 본당 전 신자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전문가 강의를 듣고, 4차 산업혁명의 그늘에 있게 될 새로운 가난한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토론한 것도 같은 이유다.

안익장 회장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이 시대 새로운 형태의 가난한 이웃을 찾아내고, 그들의 삶을 함께 나누고, 삶의 질 개선과 고통 치유에 함께 참여하며 인간다운 사회 실현에 힘썼다”고 말했다.

주수욱 신부는 “5년 동안 성령이 우리 가운데에서 어떻게 활동하셨는지 우리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평가하고 감사하는 자리”라면서 “본당 공동체가 가난한 삶으로 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니 바빠졌다”고 말했다. 주 신부는 이어 “성령에 충실한 교회의 모습이 본당 안에서 실현돼야 한다”면서 “사실 새롭다고 할 만한 선교활동은 없지만 다른 본당 공동체에도 좋은 영감을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