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이웃 마음 열고 생명의 힘 불어넣어요”

(가톨릭평화신문)
 
▲ 서울대교구 자양동본당 생명분과장 김해주(오른쪽)씨와 봉성체회장 한춘자(왼쪽)씨가 가정방문을 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르신, 잘 지내셨어요?”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마워요. 요즘도 무서워서 밤에는 불을 켜고 자요. 여기 내가 그린 그림 좀 봐요.”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주택. 홀로 사는 어르신 집 인근에 있는 자양동본당(주임 남일오 신부) 생명분과 위원들이 방문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당뇨합병증에 우울증을 앓는 박복식(베로니카, 73) 할머니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벽에는 할머니가 그려 놓은 그림 작품들이 걸려있다. 꽃과 나무, 고향 집을 그렸다.

박 할머니에게 붓을 들려준 사람은 생명분과장 김해주(엘리사벳, 59)씨다. 그는 지난겨울, 우울증으로 삶의 의욕을 잃은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화방에 가서 미술 도구를 사왔다. 미술에 재능이 있던 할머니는 김씨를 통해 삶의 활기를 얻었고, 서서히 치유되고 있다.

이처럼 자양동본당 생명분과는 지역사회 안에서 생명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여 명 위원이 △자살 △낙태 △안락사 △사형 4개 팀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생명수호활동을 거시적인 주제로 나눴지만, 실천은 일상적이고 구체적이다.

본당은 2017년 광진구청과 MOU를 체결하고, 본당 전 신자를 대상으로 자살예방 지킴이 교육을 실시했다. 광진구 보건소 자살예방과에서 자살 위험에 있는 대상자들을 연결해주면, 분과 위원들이 정기적인 전화 및 가정방문을 통해 사례 관리를 한다.

낙태 반대 운동의 일환으로는 1년에 두 차례 바자를 열어 미혼모 대안학교인 자오나학교와 낙태 화해 피정을 여는 착한목자수녀회에 후원 물품과 후원금을 보낸다. 생명분과 소속인 봉성체 봉사자들은 몸이 아픈 환자들의 가정의 문턱을 넘나들며, 용기와 힘을 북돋아 준다. 교도소에 가톨릭 잡지 후원도 하고 있다. 또 성당에는 생명나무도 설치돼 있다. 신자들이 생명나무에 기도 지향을 적어놓으면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미사 때 기도 지향들을 모아 봉헌한다. 본당 신자들은 생명분과가 너무 추상적이고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불만도 호소했지만, 광진구청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본당의 생명수호 활동이 지역사회와 동반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생명분과장 김해주씨는 몇 년 전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까지 했다가 기적처럼 구조돼 살아났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살아있는 것은 “이 땅에서 할 일이 있는 것”이라며 “누구보다 죽고 싶었던 마음을 잘 알기에 힘들어하는 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웃 중에 우울증을 앓고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고, 삶의 의욕을 잃은 분들을 예수님께 인도하면 생명의 힘을 얻는다”고 밝혔다.

생명분과는 전 신자 「생명의 복음」 필사운동과 함께 사형수들에게 편지ㆍ성경 보내기,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존엄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