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청년끼리 공연 창작하며 돈독해져요”

(가톨릭평화신문)
 
▲ 뮤지컬 연습을 위해 모인 4지구 청년들이 무대 위에서 뮤지컬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2017년에는 연극 ‘황새바위’를 무대에 올렸다. 2018년에는 영화 ‘아주 특별한 휴가’를 제작, 상영했다. 올해는 뮤지컬 ‘전해 들은 자’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 전문 기획사의 발자취가 아니다. 서울대교구 제4 성북지구 청년연합회가 청년들과 함께 쌓아온 기록이다.

이번 뮤지컬에 참가하는 청년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장위동성당에 모여 연습 중이다. 10월 26일 저녁 장위동성당을 찾았다. 성당 1층 강당에는 안무와 무대 동선을 맞추고, 노래를 연습하는 청년들의 활기로 가득했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오~ 좋은데?”, “푸하하! 그건 좀 아니잖아”라면서 이야기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뮤지컬은 신앙을 고민하던 신학생이 꿈속에서 조선 시대 박해를 경험하고 난 뒤 신앙을 되찾는 내용이다. 이전 작품들도 모두 신앙, 순교 역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청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대본을 쓰고, 출연했다. 그러다 보니 순교사에 관한 공부가 필요했고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우리 교회 역사에 새롭게 눈을 떴다. 순교자 후손 이야기를 다뤘던 영화를 만들 땐, 김대건 신부 후손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까지 했다.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서는 서지훈(안드레아, 26, 돈암동본당)씨는 “맡은 배역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조선 교회 박해 시기에 관해 검색을 많이 했다”면서 “순교자들, 성인ㆍ성녀들이 계셨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제4 성북지구에는 11개 본당이 있다. 지구 내 본당 청년회 임원진 모임인 연합회는 3년 전 청년 활성화를 고민하다가 연극에 도전했다. 늘 하던 미사와 기도 모임, 체육대회 말고 뭔가 새로운 걸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결과였다. 신학생 때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지구 청년 담당 홍웅기(장위동본당 보좌) 신부는 청년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줬다.

2년 전에 연극 총감독을, 이번엔 뮤지컬 총연출을 맡은 김희준(루도비코, 33, 장위동본당)씨는 “연극으로 시작한 새로운 시도가 영화와 뮤지컬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서로 자주 모이면서 지구 청년들끼리 돈독해진 것이 3년간 공연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듯하다”고 했다.

공연 제작은 청년 활동에 선순환을 이끌어 냈다. 미사만 오가던 청년들이 공연에 참여하면서 본당 성가대나 성서모임 등 청년 단체에 가입하는 계기가 됐다. 지구 내 한 본당에서 청년들이 행사하면 다른 본당 청년들이 함께 도와주며 본당을 넘나드는 품앗이 문화도 자연스러워졌다.

제4 성북지구 청년연합회 김병규(가브리엘, 37, 장위동본당) 회장은 “연극과 영화, 뮤지컬은 청년들이 가진 다양한 재능과 특기를 살릴 수 있는 무대였기에 더 많은 청년과 함께할 수 있었다”면서 “지구와 본당 차원에서 청년들 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웅기 신부는 “대부분 일이 바쁜 직장인들인데도 성당 활동에 이렇게 시간을 쏟는 청년들을 보며 기특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며 “청년들에게 성당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전해 들은 자’는 23일 오후 8시 30분 서울 혜화동 동성고 스테파노홀 대강당에서 공연된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