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마음 찾는 성경읽기, 새롭게 접근해요”

(가톨릭평화신문)
▲ 「말씀여행」을 교재로 소공동체 모임을 하는 서울대교구 광장동본당 신자들. 본당 신자들과 정월기 주임 신부가 「말씀여행」 교재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경을 ‘~하면 된다, 안 된다’라고 이분법 혹은 율법적으로 읽었는데 예수님의 마음을 알게 되니까 성경을 읽으며 자유로워졌습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정금채 세라피나)

“성경을 읽을 때 예수님의 행동에 내 죄를 개입하다 보니, 죄를 더 많이 성찰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예수님의 행동과 마음, 말씀을 찾는 작업을 먼저 하다 보니 ‘나는 이렇다’는 것을 접고, 성경을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어요.”(김미향 율리아)

신자들끼리 모여 말씀 나눔을 하다 보면, 성경 내용에 집중하기도 전에 자신의 생활만 성찰하면서 끝날 때가 있다.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다 타인에게 받은 상처를 공유하고, 결국 뒷담화만 쓸쓸히 남을 때도 있다.

한국 교회 소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 변화를 모색하던 중 만들어진 ‘말씀여행’ 모임이 여러 본당으로 확산되면서 신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통합사목센터(이사장 강우일 주교)가 올해 4월에 발간한 「말씀여행」이 제주교구를 중심으로 서울ㆍ대구대교구 본당의 구역ㆍ반별 소공동체 모임에서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기쁜소식은 초판 5000부를 모두 판매했으며, 현재 1만 부를 추가로 제작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정월기(광장동본당 주임)ㆍ전원(도봉산본당 주임) 신부가 머리를 맞대 펴낸 「말씀여행」은 현재 구역 반 소공동체에서 진행하는 ‘복음 나누기 7단계’와는 형식과 방법이 조금 다르다. ‘말씀여행’은 성경 본문에 나타난 예수님께서 누구와 관계를 맺고, 무슨 말씀을 하시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집중하게 한다. 성경을 대할 때 자신의 어둠과 죄를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중심으로 복음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는 것이다. 성경을 읽을 때 지성적이고 사변적인 지식을 얻기보다는, 말씀 안에서 주님을 만나 그분의 지혜를 깨닫는 게 목적이다.

「말씀여행」이 발간되기까지는 여러 본당과 사목자의 공이 보태졌다. 2008년 전원 신부가 당시 사목하던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말씀터’라는 이름으로 복음 나눔 자료를 만든 것이 씨앗이 됐다. 박기주 신부가 2009년 대방동성당에서 ‘말씀터’ 모임을 시작하며 활력이 붙었고, 이때 교재 이름을 ‘말씀터’에서 ‘말씀여행’으로 변경했다. 제기동ㆍ대방동ㆍ광장동본당을 비롯한 여러 본당에서 사용하면서 사목 현장의 신자들 반응을 관찰해 정월기ㆍ전원 신부의 손을 거쳐 최종적으로 새롭게 수정ㆍ보완해 탄생했다.

지난 10월 7일, 서울 일원동성당에서는 말씀여행 잔치가 열렸다. 7일 대구에서 열린 소공동체 전국 모임에서 ‘말씀여행’이 소개된 후 첫 모임이었다. 전국 교구에서 240여 명이 모였다.

정월기 신부는 “내가 중심이 되는 성경 읽기는 예수가 없는 복음 묵상이 되기 쉽다”면서 “예수님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자신의 잘잘못으로 채워져 복음 묵상이 곧 자기반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우일 주교는 추천사에서 “본당의 소공동체 모임에 더 큰 활력을 주고 신자들이 말씀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