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신부님과 친구들 다시 만나 즐거워요!”

(가톨릭평화신문)
 
▲ 6월 13일 코로나19 후 재개된 구파발본당 유소년부 미사에서 어린이들이 영성체를 하고 있다.

 

 


13일 오후 3시 30분, 4시에 시작되는 유소년부 미사를 앞두고 서울 구파발성당 1층 현관 입구가 분주해졌다. 자모회 봉사자들이 속속 도착하는 어린이들의 체온을 재고, 손소독에 이어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도록 안내했다. 어린이들은 대장에 전화번호와 구역ㆍ반, 그리고 방문 목적을 기록했다. 함께 온 부모들도 꼼꼼하게 빈칸을 써내려 갔다.

어린이들이 대성전으로 가자 이번에는 교리교사들이 한 사람 한 사람씩을 자리로 안내했다. 마스크를 썼는지 확인하고 자리도 2m씩 널찍하게 떨어져 앉도록 했다. 봉사자들은 미사가 시작되자 대성전으로 통하는 계단 입구 문을 안쪽에서 잠갔다. 출입 명부를 기록하지 않은 사람이 추가로 성전에 들어오거나 미사에 참여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이날 미사 참여자는 유소년부 학생 32명과 교리교사, 자모회 봉사자를 합쳐 60여 명.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유소년부 미사를 재개했던 6일보다 학생 참여자가 12명 늘었다. 어린이 미사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는 아니었다. 성가를 함께 부르거나 소리를 내서 기도하지 않고 차분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미사에 참여한 어린이와 교리교사, 사제에게는 기쁜 시간이었다. 송인성(요셉)군은 “코로나가 너무 싫다”며 “모처럼 성당에 다시 와서 친구들하고 만나고 신부님을 보니 아주 좋다”고 말했다. 김민성(이시도로)군도 “엄마와 아빠, 동생이랑 같이 왔다”며 “성당에서 친구들을 만나니까 좋다”고 말했다.

주일학교 소년부 교감 홍은비(요안나)씨는 “한동안 아이들을 보지 못해서 아쉬웠고,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서 모든 아이를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일학교 4학년 교리교사 황세운(모세)씨도 “미사가 중단된 동안 교리 교육 동영상을 제작해 아이들에게 전달했지만, 현장에서 다시 아이들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오형훈 보좌신부는 “지난주보다 참여자가 늘어났지만, 방역 지침 때문에 아이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가능한 한 빨리 집으로 보내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미사 참여자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참여율은 6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본당 측은 무리해서 참여자를 늘릴 계획은 없다. 오 신부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미사를 재개했다고 해서 모든 학생에게 나오라고 한 것은 아니”라며 “관내 학교에서 확진자가 생기거나 사태가 다시 악화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전환된다면 미사 중단을 다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교구는 초, 중고생 등교 수업과 코로나19 사정을 고려해 본당별로 어린이와 중고등부 미사를 재개하도록 조치했다. 서울대교구 제3은평지구의 경우 구파발본당에 이어 녹번동본당이 13일 어린이 미사를 재개했다. 또 역촌동본당은 20일에 어린이 미사를 재개할 예정이고, 수색본당은 21일 오후 4시 청소년 성가정 미사를 신설했다. 청소년 성가정 미사에는 유아·초등부·중고등부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미사를 봉헌하게 된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