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의 눈] 지구를 살리려면 이웃종교부터 존중을 / 김지영

(가톨릭신문)
지금 우리 천주교가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일까? 나는 단연 생태위기의 지구 살리기와 다른 종교 존중하기를 꼽는다. 사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이 세계 종교계의 주요 과제로 이 두 가지와 함께 (인간)해방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요즘 생태위기에 대처하는 지구인들을 보면, 갑자기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한 모습이다. 지난해 기상이변에다 코로나19 발발이라는 생태 재앙을 한꺼번에 겪으며 나온 대응이다. 지구촌 여러 단위별로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서두르지만 아직도 진정으로 위기를 절감하지는 않은 듯하다. 대책에는 지금까지 생태위기를 촉발한 개발과 성장의 발상, 그 방식들을 여전히 밑자락으로 깔아놓았다. 정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이제 삶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생태중심의 탈성장 구조로 개편해야한다는 당위론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산업화 이후 지난 200년 동안 지구는 급격히 뜨거워졌지만 사람들이 지구적 생태위기에 경각심과 대응 몸짓을 보인 시점은 얼마 되지 않는다.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생태위기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었다. 인류사회 전체가 경제성장에 대한 집착이 우선이었던 시기였다.

지난 2015년에야 온도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자는 내용의 파리기후협정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사회 협력이 첫발을 뗐다. 제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2030년엔 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하고 회복불가능 상태가 된다. 더욱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지만 마련되지 않고 있다. 비관적 전망은 계속 나오고 있다. 10억 명이 넘는 인구의 이동,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대규모 난민발생, 가난한 국가들에게 쏠리는 피해들. 2018년엔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2040년에 지구에 큰 환경위기가 올 것이라는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에 앞서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한 이래 인류의 생태적 회개를 호소해왔다. 교황은 특히 개발도상국과 가난한 이들이 더 겪을 고통을 상기시켰다. 지난해 국제앰네스티는 ‘기후위기는 곧 인권의 위기’임을 천명했다. ‘죽은 지구에 인권은 없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선 천주교, 개신교, 불교, 천도교 등 여러 종교들이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선언하고 실천적 운동에 돌입했다.

종교계가 비상행동에 나선 것은 매우 뜻이 깊다. 생태위기를 촉발한 사람들의 행동양식은 기본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가치관·세계관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신자들에게 정신적 견인차 역할을 하는 각 교파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삶의 현장에서 ‘절제’가 가치인 여러 행동수칙들이 큰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의 경우, 자체 운동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다른 종교와의 연대다. 2020년, 지구촌 사람들은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겪으면서 모든 존재가 연결돼있음을 확인했다. 자연히 지구생태계와 인류가 당면한 고통을 해소하고 안녕을 증진하려면 연대와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지구 생태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종교들끼리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종교야말로 그 각각이 ‘독선적 진리’로서, 인간사회에서 가장 강고한 벽이며 넘기 어려운 경계이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이 이 강고한 벽을 허물고 경계를 넘어서 만나게 되면 모두가 국적은 지구요, 그 집안은 인류로서 서로가 형제자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세계의 모든 종교들이 지구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에 함께 참여하면 서로 이해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에 종교는 개인의 복을 추구하는 기복신앙, 편파적이고 무분별한 부족신앙, 내 종교만 구원과 진리의 종교라는 근본주의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선교활동도 다른 종교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우리는 장벽과 경계가 무너진 그곳에서, 신앙이 인간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힘이 되는 현장을 목격할 것이다. 누구도 차별 없이 사랑과 자비를 베푼 예수의 부활을 경험할 것이다. 우선 다른 종교를 존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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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이냐시오)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