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동시다발 테러로 부활 기쁨 산산조각

(가톨릭신문)

부활절 아침 스리랑카에서 교회 세 곳과 고급 호텔 등을 포함해 모두 8곳에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290명이 죽는 참사가 벌어졌다. 500여 명에 이르는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CNN에 따르면, 첫 폭탄들은 4월 21일 현지시간 오전 8시30분경 콜롬보 북부의 성 안토니오 성지와 네곰보의 성 세바스티아노 성당, 동부 해안 바티칼로아의 복음주의교회 시온교회에서 터졌다. 이어 콜롬보 시내 샹그릴라·시나몬 그랜드·킹스베리 호텔 등 고급 호텔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이번 폭탄테러의 주요 목표는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와 예배에 참례하는 그리스도인과 외국인이었다. 스리랑카 인구 2100만 명 중, 그리스도인은 7%에 불과하다. 스리랑카 그리스도인 대부분은 가톨릭 신자이며, 신자 수는 130만 명 정도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테러 배후로 국내 이슬람 과격단체 NTJ(National Tawheed Jamath)를 지목했다. CNN에 따르면, 스리랑카 정부는 불상을 훼손해 오던 NTJ가 극우 이슬람 단체 IS 등의 지원을 받아 이번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리랑카 경찰은 이번 테러와 관련된 용의자 24명을 체포했다.

이번 테러는 스리랑카 내전 종식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를 냈다. 스리랑카는 소수민족인 타밀족의 타밀호랑이 반군과 다수족인 싱할리족이 이끄는 정부군 사이에 1983년 7월부터 2009년 5월 18일까지 내전을 이어왔다. 결국 정부군이 반군을 모두 소탕하며 끝났지만, 내전은 7만여 명이 희생자를 내는 등 깊은 상처를 낳았다.

콜롬보대교구장 말콤 란지스 추기경은 테러 뒤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슬픈 날”이라면서 “수많은 죽음과 고통을 일으킨 이 테러행위를 아주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란지스 추기경은 “이번 테러로 가족을 잃고 다친 모든 무고한 이들에게 가슴 깊은 슬픔과 연민을 보낸다”면서 “정부는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이번 테러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1일 부활 담화(Urbi et Orbi)를 마무리하며 스리랑카 테러를 언급했다. 교황은 “상처 받은 스리랑카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마음 깊은 친밀감을 전한다”면서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영혼들을 주님께 의탁하며, 부상자와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란지스 추기경에게 서한을 보내 테러 희생자를 위로했다. 염 추기경은 “스리랑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 테러가 일어나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는 소식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던 신자들이 갑작스러운 테러에 희생됐다는 소식에 더욱 더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의 전구로 스리랑카에 진정한 평화가 이뤄지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도 란지스 추기경에게 보낸 위로 서한을 통해 “한국교회를 대표해 이번 폭력과 테러로 희생된 이들과 생존자 그리고 지금도 끔찍한 고통과 슬픔 속에 있는 모든 피해자들의 가족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 “자비하신 주님께서 생존자와 희생자들의 가족들에게 은총과 용기와 힘을 베풀어 주시어 슬픔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기를 간청한다”고 전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