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성당·연이은 장례… 스리랑카 눈물의 부활시기

(가톨릭평화신문)
▲ 250여 명의 희생자를 낸 스리랑카 주님 부활 대축일 폭탄 테러 이후 스리랑카에서는 눈물의 장례식이 연일 거행됐다. 【CNS 자료 사진】



스리랑카 교회가 ‘눈물의 부활시기’를 보내고 있다.

스리랑카는 지난 4월 21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성당과 교회, 호텔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인해 나라 전체가 공포와 슬픔으로 뒤덮여 있다. 교우를 잃은 스리랑카 신자들은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고, 곳곳에서 어린아이와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야 하는 눈물의 장례식이 연일 거행되는 등 비통한 부활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 교회를 비롯한 인도, 파키스탄 등지의 지역 교회가 기도와 위로로 연대하고 있지만, 스리랑카 자국민의 충격과 슬픔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주님 부활 대축일 테러 이틀 후인 4월 23일부터 스리랑카 곳곳에서는 희생자 장례 미사가 거행됐다. 교우들과 지역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장례 행렬에 동참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13살 어린 딸 샤이니양을 하루아침에 잃은 엄마의 눈물이 연일 외신에 보도됐고, 무덤 앞을 떠나지 못한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스리랑카 당국은 25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주님 부활 대축일 테러의 배후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을 지목하고 용의자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26일 검거 작전 중 또다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15명이 사망하는 등 테러의 공포는 가시지 않고 있다.

스리랑카 교회는 여전히 존재하는 테러의 위협을 방지하고자 지난 주말부터 스리랑카 내 모든 성당에서 당분간 미사를 봉헌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기쁨과 설렘의 찬미가 울려 퍼져야 할 부활시기에 성당이 텅텅 비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됐다. 미사가 중단된 탓에 신자들은 성당 밖에 한데 모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스리랑카 희생자와 부상자를 위해 기도해 달라”면서 아울러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 주길 바란다”고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이웃 국가 교회 신자들은 테러 일주일 후인 4월 28일 주일에 일제히 추모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도 주교회의 의장 펠리페 네리 페라오 대주교는 신자들에게 “이웃 나라에서 자행된 끔찍한 비극에 우리 국민 모두 관심을 갖고, 전 세계의 평화와 화합을 위해 우리와 함께 기도하도록 촛불 행렬에 초대하자”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 내 스리랑카인 등 각국 스리랑카 이민자들도 지난주 각기 추모행사를 통해 희생자들을 기렸다. 콜럼버스 기사단이 스리랑카 교회 재건과 희생자들을 위해 10만 달러 지원을 약속하는 등 세계의 관심과 후원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스리랑카 폭탄 테러 발생 이후 동남아시아 곳곳에서 ‘제2의 스리랑카 테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교 국가인 스리랑카 내에서 소수 종교인 가톨릭과 개신교에 대한 테러가 자행된 것은 오늘날 동남아 지역에서 종교적 상생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톨릭 신자가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한 인도 또한 국내 정치적 영향으로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가톨릭재단을 폐쇄하고 있고, 불교도가 절대다수인 미얀마에서도 무슬림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 탄압이 지속되는 등 동남아 곳곳에서 소수 종교에 대한 잔혹한 박해의 심각성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