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5~7일 불가리아·북마케도니아 사목방문 다녀와

(가톨릭신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를 사목방문해 교회의 분열이라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가톨릭교회와 정교회가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불가리아는 대표적인 정교회 국가로 교황의 방문은 2002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후 두 번째다.

5월 5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 도착한 교황은 공항에서 보이코 보리소프 총리의 영접을 받았다. 불가리아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 4명이 교황에게 환영 꽃다발을 전달했으며, 보리소프 총리는 유명한 불가리아 요구르트를 교황에게 건넸다. 교황은 “불가리아라는 말은 어릴 적 할머니께서 불가리아 요구르트를 준 것이 처음이었다”고 화답했다.

이어 교황은 대통령궁에서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 환담을 한 뒤, 고위 공무원과 외교사절단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교황은 “지난 수십 년 동안 200만 명이 넘는 불가리아인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외국으로 떠났다”면서 “젊은이들이 남아 번영을 구가하고 가정을 시작할 수 있는 불가리아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을 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교황은 난민에 대한 강경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불가리아에 난민을 위해 문호를 개방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유럽연합 국가 중 가장 가난하고 실업률이 높은 불가리아에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난민이 몰려와 어려움을 가중 시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불가리아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방과 타 문화의 교류가 필요하며, 이주의 아픔을 아는 불가리아가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에게 눈과 마음을 닫지 않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특히 교황은 “동서 문화 교류의 관문 역할을 했던 불가리아가 더 나은 미래를 찾아 이주하는 난민들을 위한 다리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교황은 불가리아정교회 시노드 궁에서 네오피테 총대주교를 만났다. 이날은 불가리아정교회가 기념하는 ‘성 토마스 주일’로, 교황은 사도 토마스가 부활한 예수의 상처를 만져보길 원했던 내용의 복음을 읽고, “토마스 사도처럼 예수의 상처를 만지고 예수의 부활을 증거하며 함께 우리의 주님, 우리의 하느님임을 선포하자”고 당부했다.

교황은 “그리스도교의 분열은 교회인 그리스도의 몸에 난 고통스러운 상처와 같다”면서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가톨릭교회와 정교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교황을 맞이한 네오피테 총대주교는 교황의 두 뺨에 입맞춤을 하며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네오피테 총대주교는 “교황이 불가리아에 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교황의 특별한 관심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불가리아는 정교회 국가 중에서도 보수적인 곳으로 세계교회협의회에서도 탈퇴하고 교회일치운동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네오피테 총대주교는 “이곳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는 하느님의 지혜에서 이름을 딴 곳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온 세상이 일치하길 기도하고 있다”면서 “그리스도인이 일치할수록 그 힘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불가리아정교회 주교들에게 “언젠가 가톨릭신자들과 정교회 신자들이 함께 성찬례에 참가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면서 “이미 가톨릭교회와 정교회에는 공산 치하에서 신앙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어놓은 순교자라는 부활의 증인을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교황은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에서 크게 공경을 받고 있는 성 치릴로와 성 메토디오 형제의 예를 들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치와 평화의 건설자가 되자”고 강조했다. 성 치릴로와 성 메토디오는 교회가 분열되기 전인 9세기 중유럽과 동유럽 복음화에 큰 역할을 한 성인들로 가톨릭교회와 정교회에서 모두 공경을 받고 있다.

교황은 바텐버그 광장에서 불가리아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으며, 이튿날에는 라코프스키 난민 수용소를 찾아, 난민들을 위로했다. 이어 소피아 예수성심성당에서 245명의 아이들에게 첫영성체를 줬다. 인구 700만 명의 불가리아는 정교회 신자가 대부분이며 가톨릭 신자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교황의 불가리아 방문 모토는 ‘지상의 평화’였다.

이어 교황은 7일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북마케도니아를 찾았다. 수도 스코페는 콜카타의 성녀 데레사의 고향으로, 교황은 종교지도자들과 마더 데레사 기념관을 찾아 기도했으며 가난한 이웃들을 찾아 격려했다. 북마케도니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분리·독립했으며, 210만 인구 중 64%는 정교회 신자이며 33%는 무슬림이다. 가톨릭 신자는 전 국민의 0.5%도 되지 않는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