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형제애’ 선언 결실로 아랍에미리트에 위원회 설립

(가톨릭평화신문)


프란치스코 교황과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이맘이 2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발표한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공동 선언문’(이하 인간의 형제애 선언)이 평화의 싹을 틔우고 있다.

인간의 형제애 선언 발표 이후 아랍에미리트에는 선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위원회가 8월 설립됐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미겔 앙헬 아유소 기소 추기경이 위원장을 맡은 위원회에는 알아즈하르대학교 모하메드 후세인 마흐라사위 총장, 교황 개인 비서 요안니스 라흐지 가이드 몬시뇰, 대이맘 고문 모하메드 마흐무드 아브델 살람 변호사, 아부다비 문화관광청 모하메드 칼리파 알 무바라크 청장, 무슬림 원로회의 사무총장 술탄 파이잘 알 루마이티 박사, 야세르 하렙 알 무하이리 기자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새 위원회는 9ㆍ11 테러 18주기를 기념해 1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첫 모임을 열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났다. 교황은 위원회 설립과 활동에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두 종교가 평화를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데 그치지 말고 마음을 열고 협력하기를 당부했다.

위원회는 인간의 형제애 선언 계기가 된 교황의 아랍에미리트 사목방문 기간인 2월 3~5일을 ‘인간의 형제애 날’(Day of Human Fraternity)로 지정해줄 것을 UN에 건의하기로 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는 올해를 ‘관용의 해’로 선포하며 선언 내용을 실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무슬림 지도자와 지식인 22명이 인간의 형제애 선언에 동참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 ‘알아가고 협력하기 위한 형제애’에서 인간의 형제애 선언이 상호 존중의 중요한 모범이자 종교 간 대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성명 작성을 주도한 이탈리아 이슬람 공동체 회장 야히아 팔라비치니 이맘은 “서로를 알면 협력할 수 있고, 직면한 도전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면서 “인간의 형제애 선언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종교인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팔라비치니 이맘은 인간의 형제애 선언을 지지하는 이들과 교류하기 위한 홈페이지(www.christians-muslims.com)를 만들었다.

아유소 기소 추기경은 최근 바티칸뉴스 인터뷰에서 “꾸준하게 이뤄져 온 ‘아래로부터의 멋진 시도’들이 실현되고 있다”면서 위아래 할 것 없이 종교인들의 의미있는 움직임을 이끌어 낸 인간의 형제애 선언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기소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상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형제애와 평화, 공존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본질임을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는 하느님께서 분열의 원인이 아니라 일치의 동기가 되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부다비 선언’으로도 불리는 인간의 형제애 선언은 종교 간 대화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01년 벌어진 9ㆍ11 사건 이후 종교 근본주의자들의 테러와 미국과 이라크 간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두 종교 지도자인 교황과 대이맘이 평화를 위해 함께 서명하는 장면은 형제애가 무엇인지, 평화와 공존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게다가 인간의 형제애 선언은 종교를 뛰어넘어 올바른 양심과 선의에 함께하는 모든 이들을 초대하며 세계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지평을 확대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