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칼럼] (46) ‘덕성이 검증된 기혼 남성’ 서품 문제 / 윌리엄 그림 신부

(가톨릭신문)
최근 로마에서 열린 아마존 시노드 의제 중에는, 아마존 지역 가톨릭 신자들이 성찬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덕성이 검증된 기혼 남성’(비리 프로바티; viri probati)들을 서품하는 문제가 있었다. 아마존 지역에서는 사제 부족 현상 때문에 신자들이 여러 달, 또는 여러 해 동안 성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주제는 중요하다. 성찬례가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이라는 가톨릭 전통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그런 조치의 실제 이행은 아마존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 하느님 백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

성찬례가 정말 우리가 말하는 그런 것이라면, 성사에 참여할 가톨릭 신자들의 권리는 어디에서도 방해 받아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것이다. 하물며 독신제나 성사 예식 모형에 관련된, 덜 중요하고 교의와 무관한 역사적 지역적 규정들 때문에 성찬례 접근이 가로막혀서는 더욱 안 된다.

그러나 이토록 중요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사안을 표현하는 방식은 보는 관점에 따라 우스꽝스럽거나 모욕적일 수 있다.

최소한 지난 30년간 가톨릭교회를 갉아먹은 성직자들의 성추행과 금전적 부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부추긴 성직자 문화에 비추어 보면, 기혼사제가 서품 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덕성이 ‘검증’되었다는 특별한 증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듯한 주장에는 냉소나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나는 여태껏 ‘덕성이 검증된 독신 남성’ 서품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왜 기혼 남성에 대해서만 증명할 수 있는 덕성을 요구하는가? 독신 남성은 그 요건에서 면제되는가? 독신 남성들은 당연히 도덕적일 테니 입증할 필요가 없어서? 아니면 그들의 덕성 문제는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독신 상태를 유지하는 문제보다 덜 중요해서?

독신사제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덕성 면에서 더 훌륭한 본보기라는 증거는 없다. 다만 우리는 그들이 대체로 기혼 남성들보다 더 나쁘지 않기를 바라고 기도할 뿐이다.

그러니 ‘검증된 덕성’을 강조하는 말은, 특히나 나처럼 냉소적인 사람들에게는 비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비웃고 넘길 일만도 아니다. ‘검증된 덕성’ 요건은 기혼 남성은 따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결혼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도덕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왜 기혼 남성은 악덕을 그들 신분의 꼬리표로 달아야 하는가?

분명, 기혼 남성의 삶에는 기본적으로 여성이 포함된다. 그냥 여성이 아니라, 그들과 성관계를 맺는 여성이다.

가톨릭교회 안에, 특히 성직자들 사이에는, 성을 부정한 것으로, 여성을 죄의 유혹으로 여기는 오랜 역사가 있다. 그런 태도는 독신제를 강조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유일한 이유는 아니며, 바라건대 가장 큰 이유도 아니겠지만)

최근 옛 라틴 관습의 엄격한 전례 규범 준수 복구와 관련하여, 일본 주교들이 미사 중간에는 제대에 입을 맞추지 않는 현 관습을 재확인하고자 하자, 한 추기경이 제대에 대한 친구(親口)는 보편적 공경의 표시이므로 재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일본 사람들은 일왕을 영접하면 무릎을 꿇고 그의 반지에 입을 맞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왕이 반지를 끼고 있지도 않고, 사람들은 그에게 고개 숙여 절을 할 뿐 신체 접촉은 하지 않는다. 추기경은 그런 사실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대에 대한 입맞춤이 복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침내 그가 주장을 굽힌 것은, 일본에서 입맞춤은 순전히 성적인 행위라고 어느 주교가 지적하고 나서였다. 그러자 추기경이 사정이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깊은 절로 입맞춤을 대신하자고 물러설 만큼, ‘성’이라는 말 한 마디는 대단했다. 성에 대한 교회의 경계심이 상식의 이유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한 경우였다.

부디 모든 가톨릭 신자가 어디에 살든 성찬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 문을 열어주기 위해 기혼이든 아니든 남성들을 서품하자. (여성 서품 문제는 현실적 가능성이 낮으며, 설사 된다 해도 요원한 일일 것이다.)

또한 부디 그들이 도덕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이기를 기대하자. 우리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도덕적이기를 기대하지 않는가. 그러나 기혼 남성들은 미혼 남성들(진정한 독신이든 단순히 결혼을 하지 않았든)보다 ‘덕행 심사관’들에게 더 엄밀히 덕성을 검증받을 필요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는 말자.


윌리엄 그림 신부(메리놀 외방전교회)
※윌리엄 그림 신부는 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발행인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