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김종근 신부

(가톨릭평화신문)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김종근(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신부가 중남미 주교회의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선교사들과 함께 추억을 담고 있다.



여기는 해발 2600m,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입니다.

중남미 대륙의 많은 곳이 그러하듯이, 이곳도 가톨릭의 영향이 진하게 드러나는 곳입니다. 이곳은 멕시코에서 남극 대륙까지 중남미 대륙의 모든 나라와 쿠바를 비롯한 카리브 해의 여러 나라가 함께 구성한 중남미 주교회의 본부가 있는 곳입니다. 물론 이와 연관된 단체들과 가톨릭 교육기관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중남미 주교회의 산하 교육기관(우리나라의 신학대학과 교리신학원을 합한 형태)에서 ‘현대사회에서의 본당 사목’을 주제로 10주간의 교육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5년여 동안 한국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다시 해외 선교의 길로 나섰습니다. 이 과정을 마치면 지난 시간 저의 선교 활동지였던 칠레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중남미와 중남미 교회의 흐름을 익히면서 선교사로 살아가는 준비를 다시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공부하는 반에는 모두 15명의 학생이 있습니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출신의 평신도 활동가 2명, 페루와 볼리비아에서 온 수녀 2명, 그리고 저를 포함하여 멕시코, 니카라과 등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 온 11명의 신부입니다. 어찌 보면 한국의 중견 사제 연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우리 중에는 학점이 꼭 필요한 석ㆍ박사 과정에 있는 이들이 있어서, 매일 그리고 매주 해야 하는 발표와 리포트 제출 과정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강의도 중요하지만, 강의 전후의 휴식시간도 아주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이 시간에 중남미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오고 가니까요. 이웃반 학생(주로 신부, 수도자)들까지 모이면 교회 안팎의 일뿐만 아니라, 중남미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하여 들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볼리비아 이야기, 물가 인상에 따른 칠레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물론 지금 이곳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바로 10월 27일 로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폐막 미사로 3주간 회의의 막을 내린 ‘아마존 시노드’입니다. ‘아마존, 온전한 자연환경과 교회를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주제로 열린 이 시노드는 아마존 지역에 포함되는 콜롬비아, 브라질, 수리남 등의 아홉 나라를 중심으로 준비되었습니다.

아마존 시노드는 강의 안팎에서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저에게도 각자의 처지(역사)에서 바라보는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이 대륙 출신의 교황이었기에 이번 회의가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평가 속에, 좀 더 일찍 이런 자리가 마련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의 장소가 현장이 아닌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회의를 준비하면서 접촉(소통, 연락)이 가능하였던 원주민 부족의(어떤 표현이 적합한지 계속 고민 중입니다)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170여 부족의 의견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하여 들을 수 있었던 많은 노력을 인정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회의에서 다루어진 주제들이 원주민, 인권, 소통, 성직과 결혼생활, 자연환경 등 현장의 삶과 구체적으로 관계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하였습니다.

저는 제가 공부하고 있는 이 학교의 부총장(학교의 실질적 책임자, 총장은 중남미 주교회의 의장 주교)인 페루 출신 빅토르( P.Victor Ronald) 신부에게 이번 시노드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빅토르 신부는 국가로부터, 교회로부터, 그리고 우리 사회로부터 없는 존재처럼 살아야 했던 이들을 공공의 자리로 불러낸 교회의 역할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 고유의 문화, 언어, 지혜와 삶의 방식 등이 존중받고 보호되어야 하고, 이것이 바로 이들 안에서 지금까지 함께 해오신 하느님의 역사에 대한 찬미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존하는 아마존 현장의 여성 사목자, 부부 사목자들에 대한 교회의 난감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하였습니다.

회의는 끝났고, 우리는 묵직한 회의록을 들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이번 회의가 아마존 지역의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우리들의 신앙적 삶에 영향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러기 위한 이런저런 담장을 걷어내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도 이번 일을 통해서, 아마존 원주민들을 비롯해 자신의 삶을 드러낼 만한 처지에 있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선교사로 사는 저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을 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머물 시간의 반환점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곳이 아주 높은 곳도 아닌데, 아직도 가끔 호흡이 불편하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을 떠나올 때 의사 친구에게 부탁하여 고산 지역 적응에 도움이 되는 약을 좀 얻어왔지만, 가능하면 몸이 이곳 환경에 적응하기를 바라며 조심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역사, 언어, 날씨, 음식, 관습 등에서 그들과 구체적으로 함께 살면서, 그리고 그들의 기쁨과 희망, 절망과 분노를 함께 느끼며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에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주고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나누는 것이라 합니다. 제가 선택한 하느님의 선물이지만 너무나 오르기 어렵고, 너무나 자주 미끄러지는 길입니다. 이제 기도 하고 싶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미 콜롬비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