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교황의 발걸음 어디로 향할까

(가톨릭평화신문)
▲ ‘평화의 사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올해 세계 보편교회를 향한 사목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한 교황이 아기에게 입맞춤을 해주고 있다. 【CNS 자료 사진】



‘평화의 사도’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올해엔 어느 나라로 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해가 넘기 전이면 차기 연도의 교황 사목 방문지가 일부 정해지기 마련인데, 올해는 아직 교황 사목 방문 국가가 정해진 곳이 없다. 이에 따라 해외 언론을 비롯한 소식통들은 그간의 교황 발언과 외국 지도자들과의 과거 만남을 통해 예상 사목 방문지를 점치고 있다. 교황의 사목 방문을 희망하는 국가는 30개국이 넘는다.

교황의 사목 방문은 보편 교회가 함께 기념할 만한 지역 교회의 대형 기념일이나, 국제 사회와 얽힌 평화 문제가 큰 국가, 자연재해 및 지속되는 극심한 고통으로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곳을 위주로 바티칸이 해당 국가나 지역 교회 요청을 받아 조율 끝에 성사된다.

교황은 우선 세르비아와 오랜 외교 갈등을 빚고 있는 유럽 서발칸 국가 중 하나인 몬테네그로를 비롯해 오는 9월 13~20일 제52차 세계 성체대회가 열리는 헝가리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지난 12월 14일 두슈코 마르코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을 만나 민족과 종교 간 공존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면서 인구 62만 명의 작은 나라인 몬테네그로 사목 방문을 공식 요청받은 바 있다. 아울러 공식 초청은 없었지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탄생 100주년을 맞은 폴란드 교회를 위한 교황의 사목 방문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전쟁과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라크와 남수단 사목 방문도 주목할 부분이다. 모두 극한의 고통으로 ‘평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땅이다. 이에 교황은 이미 2014년부터 이라크 방문 의사를 직접 표명해왔지만, 경호와 안전 문제로 성사되지 못해왔다. 지난해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이 교황 방문을 공식 요청한 데 이어, 교황이 지난해 6월 이라크 방문 의사를 재차 표명함에 따라, 사목 방문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2018년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이라크를 방문하는 등 평화를 위한 외교적 관계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10월 이라크 내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교황의 방문 여부가 다시금 불투명해졌다. 아울러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0년 방문해 ‘종교 간 대화’를 역설했던 지중해 동부의 키프로스도 차기 유력 사목 방문지다.

더불어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한 뒤 지금까지 내전과 분쟁, 기아로 최소 40만 명이 목숨을 잃은 아프리카 남수단을 방문할 가능성도 크다. 교황은 2017년부터 남수단 방문의 뜻을 밝혀왔으며, 지난해 남수단 정치 지도자들을 만난 뒤 11월에 다시금 남수단 방문 의사를 직접 드러냈다.

한편, 중국 주교단은 교황청과 중국이 주교 서임권 문제에 관해 잠정 합의했던 2018년 교황에게 방문을 요청한 바 있다. 교황은 2014년 방한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 태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했을 때에도 언제든 중국에 가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해 교황의 승인 아래 중국 애국회 소속 두 사제가 주교품을 받는 등 교황청과 중국과의 외교 관계는 이어지고 있다.

2018년 나온 교황 방북 이슈는 한반도를 달궜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을 알현한 뒤 이 같은 내용이 전해졌지만, 북한 당국의 직접 초청 없이는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기는 어렵다. 이 밖에도 교황의 모국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이 거론됐지만, 연내 방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