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그리스도교 활동 통제 조치 가속화

(가톨릭평화신문)
▲ 중국 정부가 다음 달부터 종교 단체의 활동을 제재하는 행정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힘에 따라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간섭과 통제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CNS 자료 사진】



중국 정부가 다음 달부터 자국 내 가톨릭 신자 등 그리스도교 단체를 향한 새로운 제재를 허용하는 조치들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년 바티칸과 주교 임명권 문제에 대해 잠정 합의한 이후 외교 관계에 다시금 짙은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공산당에 속한 애국회 가입을 거부하거나 자체적으로 종교 활동을 펼치는 지하교회 및 개신교 단체들에 대해 그들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행정 조치들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의 간섭과 통제가 가속화할 조짐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새로 규정된 행정 조치는 6개 항, 41개 조로 구성됐다. 종교 단체를 향한 새 정책은 중국 공산당의 지도권을 준수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헌법, 법률, 규정, 조례를 모두 준수해야 하며 사회주의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새 정책 제17조는 “종교 단체는 반드시 중국 공산당의 원칙과 정책을 전파해야 한다”며 “종교 인사와 신자들이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을 지지하고, 사회주의의 길을 고수하고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티칸은 오랫동안 중국 정부와의 외교 관계 재건을 위해 힘써오고 있는데, 이번 행정 조치가 양국 외교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 교회는 공산당이 인정하는 천주교 관변 조직인 애국회와 비등록 지하교회로 나뉜다. 중국 정부는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하면서도 지하교회를 향해 종교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또 미등록 성직자들을 향해 중국 정부 사제 인명록에 등록할 것을 강요하는 등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막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18년 바티칸과 중국 정부는 반세기가 넘는 외교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주교 임명권 문제에 대한 잠정 합의문에 서명하고, 수교 협상에 청신호를 밝혔다. 합의문 내용은 비밀에 부쳐졌지만, 교황 임명권에 일부 힘을 실어준 처사였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후에도 지하교회를 향한 강제권을 행사해오고 있다. 아울러 이번 행정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공산당에 종교 단체를 철저히 예속시키는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종교 단체들이 중국 공산당의 정책을 숙지하도록 학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종교 인사 선정 문제에도 철저히 관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제34조는 “중국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종교 단체는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이를 통해 지하교회를 비롯한 그리스도인 종교 단체들을 모두 불법으로 여기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중국 남동부에 위치한 푸저우대교구 내 100개가 넘는 교회를 폐쇄했다. 푸저우시의 많은 성당이 문을 닫았고, 교구민 활동을 막기 위한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되는 등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막는 중국 정부의 활동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또 허난성 내 교회 4000여 곳 또한 십자가가 한꺼번에 강제 철거됐으며, 항의하던 신자들을 강제 연행하기도 했다. 사제 등록을 거부하는 신부들을 ‘반란 사제’로 명명하고, 그들이 서로 만나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 홍콩교구장 존 조셉 첸 추기경은 최근 바티칸과 동료 추기경단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 “바티칸과 중국의 협정 체결 이후 현실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며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사회주의 교리에 따라 재해석되고, 교회 십자가와 성화를 시진핑 주석의 말과 초상화로 대체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며 중국 교회를 향한 관심을 호소하고 나섰다.

첸 추기경은 “중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공개 전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바티칸이 중국과 서명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공산당의 명령에 따라 교회 독립을 무효화하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교황청은 이에 대해 아직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 내 천주교 신자는 1200만 명으로 추산되며, 개신교 신자 수는 9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