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이 대체 못할 사제의 ‘공감·창의성’ 필요

(가톨릭평화신문)
 
▲ AI가 가톨릭교회의 사제직을 대체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두고 교회 안팎에서 상충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출처=Catholic Radio Association

 

 


3일은 성소자 육성을 위해 기도하는 ‘제57차 성소 주일’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구원자는 종교가 아닌 과학”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즘,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필요성을 직감하게 된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연 AI(인공지능)는 사제직을 대체할 것인가?” 세계경제포럼(WEF)의 창립자 클라우스 슈밥은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제4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엄청난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그에 상응하는 과제도 안겨줄 것”이라 예언한 바 있다.

인류가 직면한 새로운 산업구조 안에서 AI가 가톨릭교회의 사제직을 대체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두고 교회 안팎에서 상충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성소 주일을 맞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AI가 과연 사제직을 대체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AI 전문가 사제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0회 세계경제포럼(WEF)에는 가톨릭 신부 한 명이 참석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의 철학 교수인 미국인 필립 라레이(Philip Larrey) 신부로 AI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라레이 신부는 지난 수년간 인공지능과 로봇의 윤리 문제를 두고 실리콘 밸리의 전문가들과 교황청과의 대화에 주력해왔다. 실제로 그는 2016년 전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트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그는 영국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과의 인터뷰에서 “초대형 IT 기업 중 일부는 인간이 어떻게 창조되었으며 인간의 목적과 의미에 관해 2000년의 전통 안에서 진지하게 숙고해온 가톨릭교회와 대화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라레이 신부는 “미래에 로봇이 사제직을 대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한다. 이어 “로봇이 세계를 지배하거나 사람들의 일자리를 즉시 앗아갈 것이라는 전망은 부풀려진 면이 많다”면서 “본당에서 이루어지는 사목 현장은 사람과의 접촉 장소이므로 인공지능 사제의 출현 역시 현실적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로봇은 원죄가 없다

미국 어거스타나대학의 철학 교수인 데이비드 오하라(David O’hara)는 라레이 신부와 다른 의견을 피력한다.

그는 과학기술 전문지 ‘원제로’(OneZero) 기고에서 “인간이 인공지능 로봇을 신뢰할 수 있다면, 전통적인 사제나 신비가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도록 허락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고 예견했다.

그는 “인간의 기술은 사제와 같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해줄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과학소설가 어슐러 르 귄의 말을 빌려 “로봇은 아무런 개인적 의도를 지니지 않으므로 심지어 동물보다도 죄가 없는 존재”라면서 “외로운 이들과 담소를 나누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는 등 성직자가 할 수 있는 최상의 행위들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더 극단적인 견해는 가톨릭 신학자에게서 나왔다. 미국 빌라노바대학 신학과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소개된 「프란치스칸 기도」의 저자 일리아 델리오(Ilia Delio) 수녀는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Vox)와의 인터뷰에서 “로봇 사제의 최대 장점은 성범죄를 일으킬 수 없다는 점”이라 밝혔다. 또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난다면 파트너십을 맺고 공생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인공지능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피력했다.


인공지능의 약점은 인간적 공감과 창조성

인공지능 사제직에 대한 이러한 견해를 두고 신앙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017년 11월 ‘인류의 미래’란 주제로 열린 교황청 문화평의회 총회에서는 교회 구성원이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할 수도 있는 기술 혁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을 진행했다.

‘인공지능-실제와 전망’이라는 주제 토론에 딥마인드(DeepMind)의 응용 인공지능 대표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바티칸의 씽크탱크 OPTIC의 창설자 에릭 살로비르(도미니코회) 신부가 참석했다. 이들은 인공지능의 약점을 “인간적 공감과 창조성의 결핍”으로 꼽았다. 공감 능력과 관련해 의료분야에서의 예를 들었다. “환자가 약을 복용해야 할 경우에 인간이 약을 가져다주게 되면 그 약을 복용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로봇이 약을 가져다주면 주목할 만한 우울감과 거부감이 발생했다”면서 이 실험은 “인간이 서로 친밀하게 상호 작용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중요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창조성의 결핍’ 역시 인공지능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토론에서 “컴퓨터는 길이 남을 대가들의 작품을 그대로 복제하고 그들의 창작스타일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는 차세대 피카소를 꿈꾸는 것이 불가능하며, 대부분 사회-정치적이며 윤리적인 실재들의 변화를 연구하고 반영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창조성의 영역으로, 반면 인공지능에는 지루한 반복적 행동을 인간 대신 수행하도록 허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칼 라너가 예견한 미래의 사제직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난 무렵 20세기 최고의 신학자 중 한 명인 칼 라너 신부는 “미래의 그리스도인은 신비가가 되거나, 아니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라너는 이미 인류의 전체 생존이 달린 환경 문제와 같이 그리스도교 역시 과감한 결단 없이는 존속 자체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임을 내다본 듯하다.

라너는 “내일의 사제는 고통받은 마음을 간직한 사람으로서, 자기 지역에 있는 사람들, 곧 자신의 중심,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인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사제가 먼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찾지 못한다면, 그리고 오직 승리하기 위하여 돌아가신 헤아릴 수 없는 주님의 사랑을 그가 먼저 발견하지 못한다면, 사람들 역시 주님께 도달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염병 확산으로 종교의 의미가 퇴색해져 가는 지금, 다시 한 번 복음의 근본으로 돌아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 공감과 창조성을 지닌 21세기 사제들의 출현에 세계 교회가 주목하고 있다.

정석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