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람은 성령의 성전, 경제보다 중시되어야”

(가톨릭평화신문)
 
▲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31일 주례한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에서 경제 논리에만 국한된 인식에서 벗어나, 삶을 하느님의 선물로 여기고 형제애로 지구촌 발전을 위해 나아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CNS】

 

 


생명에 대한 인식의 전환 요구

프란치스코 교황은 “경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인류의 건강과 생명 중시 사상을 체화하고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5월 31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를 주례하고 “사람은 성령의 성전이며, 경제는 그렇지 않다”며 “보건 및 건강 관리가 부족하지 않아야 하며, 사람을 잘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초 계획대로라면, 교황은 이날 몰타를 사목 방문해 성령 강림 대축일을 기념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국민들에게 자택 격리를 공표한 지 10주 만에 공동체 미사가 재개된 데에 따라, 교황은 마스크를 착용한 소수의 신자와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은 코로나19 상황을 겪는 동안 지금껏 고조돼온 생명 경시 풍조와 경제 논리 일변도의 지구촌 현주소를 지적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하느님의 특별한 선물로 더욱 인식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미사가 재개되자마자 강론을 통해 세계인에게 인식의 대전환을 적극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 필요한 형제애

교황은 특히 오순절 성령 강림의 의미를 전하면서 “세상은 우리를 오른쪽이나 왼쪽, 보수와 진보로만 바라보게 하지만, 성령은 우리 모두를 아버지의 아들딸로 보게 한다”며 “효율성만 따지는 세속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영적인 시선으로 형제자매의 자비로움을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교황은 “사도들도 서로 다른 배경에서 왔고, 다른 생각과 감성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었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포장된 모형으로 바꾸지 않으셨다”면서 “주님은 그들을 성령으로 거룩하게 하여 하나로 묶으셨으며, 성령 안에 잠재된 조화로움을 통해 다양성으로부터 화합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교황이 화합과 형제애를 강조한 것은 현 사태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가 ‘통합’과 ‘협력’이기 때문이다. 인류 사회가 계속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으로 여겨지는 사안들을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위기는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를 교회 가르침으로 함축해 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황청은 지난 4월 코로나19위원회를 발족하고, 보편 교회가 코로나19의 고통을 함께 지원 및 연구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교황청은 위원회를 통해 모든 인간활동의 발전을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인류애로 통합된 지구촌 사회를 지향한다. 위원회는 선행과 연대로 지구촌 인류에 올바른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교황은 공동체 미사 재개 이후 첫 대축일 미사에서 이 같은 ‘하나 된 지구’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기심 버리고 이웃 사랑해야

교황은 나아가 ‘나르시시즘(자기애)’, ‘피해자 의식’, ‘비관주의’를 경계할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자기 애착은 나의 욕구만 바라보게 하고, 자신을 우상화하여 다른 이에게 무관심하게 만들며, 피해자 의식은 매일 이웃에 대해 불평하며 그들을 향한 마음을 닫게 한다”고 말했다. 또 “비관주의자는 사회, 정치, 교회 등 세상 모든 것에 화를 내지만, 모든 것을 최악으로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들”이라며 “‘희망의 기근 상태’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모든 불평과 어둠을 치유하는 성령을 통해 이기심으로 마비된 스스로를 해방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앞서 5월 30일 바티칸 정원에서 묵주 기도를 하고 “성모님께서 각국 지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시어 무기를 보유하는 데 들어가는 자금이 앞으로 지금과 같은 위기 사태를 예방하는 연구에 사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교황과 함께하는 묵주 기도에는 미사 재개 이후 가장 많은 신자 130여 명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여했으며, 코로나19 완치자를 비롯해 의사, 간호사, 기자, 봉사자 등이 보편 지향 기도를 바쳤다. 이날 묵주 기도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 위성 생중계됐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