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막는 지구촌 교회의 나눔과 연대

(가톨릭평화신문)
▲ 브라질 교회가 빈민가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벌이고 생필품과 마스크 등을 전달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힘쓰고 있다. 【CNS】



브라질 교회, 마스크 3만개 제작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반구 국가에서 재확산하는 가운데 브라질 교회가 정부를 대신해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적극 알리고 나섰다. 브라질은 지난 9일 이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3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15일 현재 브라질 확진자 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85만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가 5월 말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방침을 전환하면서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점 등이 경제 활동을 시작했고, 이와 함께 확산세가 짙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브라질 교회는 저소득층, 빈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상파울루 북부 지역의 브라질란디아는 26만여 명이 거주하는 대형 빈민가. 이곳에는 성당 등 가톨릭 공동체만 240여 개가 있다. 이 지역 교회 관계자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과 더불어 위생용품과 마스크 등 생필품과 옷가지를 나눠주며 주민들에게 예방 수칙 준수를 재차 인식시키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교구는 ‘우리는 당신을 다시 보고 싶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코로나19 예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교구민들은 마스크를 제작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상파울루대교구 드바이르 아로요 폰세카 보좌 주교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교구민들은 믿음을 잃기보다 희망을 키워야 할 이유를 찾아 마스크 3만 개를 제작했고, 교회는 문을 닫을지언정 행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 뒤에는 미사 때에 당신을 꼭 다시 보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급기야 정부의 허술한 대책을 비판하던 시민 운동가들은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 100개의 거대 모조 무덤을 만들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나섰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일 브라질 아파레시다대교구장 올랜도 브란데스 대주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브라질 국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항상 브라질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교황은 아파레시다 성모님의 위로와 보호도 간구하라고 격려했다.



콜롬비아 교회, 식량 공급 나서

콜롬비아 교회는 코로나19가 지속하는 동안 가난한 이들에게 다량의 쌀과 식량을 꾸준히 나눠주고 있다. 콜롬비아 각 교구와 카리타스는 콜롬비아 식량은행협회와 협력해 가난한 이들 150만 명에게 1500만㎏에 달하는 쌀과 식량을 공급했다. 지난 3월 말 콜롬비아 정부가 전국 봉쇄 조치를 내린 이후, 콜롬비아 교회는 곧장 기부센터를 설립해 이 같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회는 기부받은 쌀과 식료품을 나눴으며, 특히 베네수엘라와 맞닿은 국경 지대 난민들에게도 식량 배급을 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 겹쳐 도움 시급

한편,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은 코로나19 속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재창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지난 5월 31일 이후 동부 3개 주에서 잇따라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으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9명이 사망해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에 에볼라까지 겹쳐 콩고 보건 당국은 물론, 카리타스 등 교회 기구를 비롯한 NGO 단체들도 도움에 나섰다. 콩고 북키부주 카리타스에서 사목 중인 아르센 마섬부코 신부는 “새로 발병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크게 확산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그간 교회를 비롯해 많은 단체가 에볼라 예방 교육을 잘 시행해왔기에 사람들이 잘 대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가톨릭 학교들 장기 휴교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높은 미국에서는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학교들이 재정난으로 장기 휴교 결정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수백만 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올해 말까지 학교에 아예 갈 수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미국 교육계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는 전역에서 가톨릭 학교 100~150곳이 장기간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난이 극심한 곳은 폐교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한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초·중등학교들이 가을 학기까지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뉴저지주 뉴어크ㆍ캠든교구 15곳, 보스턴대교구 6곳, 피츠버그교구 3곳 등 많은 가톨릭 학교들이 재정난을 호소하며, 우선 올해 말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미국 교육 당국자들은 수주 안에 더 많은 가톨릭 학교들이 장기 휴교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교육 관계자들은 “학교 상실은 곧 생명력의 상실”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인종차별 시위 등으로 시민사회마저 분열되는 엄청난 격변의 파장을 계속 우려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