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추기경 13명 임명, 미국 첫 흑인 추기경 탄생

(가톨릭평화신문)
▲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5일 신임 추기경 13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미국 첫 흑인 추기경이 된 워싱턴대교구 교구장 윌튼 그레고리 대주교(오른쪽).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5일 신임 추기경 13명을 임명했다. 이탈리아 출신 3명을 비롯해 아프리카 르완다와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국가 브루나이에서는 첫 추기경이 탄생됐다.

교황은 이날 주일 삼종기도 후 연설을 통해 새 추기경 임명 사실을 전하며 “신임 추기경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새 추기경 가운데 교황을 선출할 수 있는 콘클라베 투표권을 지닌 80세 미만은 9명이다. 이 중 3명은 이탈리아 출신이며 미국과 몰타, 필리핀, 칠레, 르완다, 브루나이에서 각각 1명씩 임명됐다. 보편 교회를 위해 교황청에서 중책을 수행해나갈 이들을 비롯해 이주민, 난민과 인종차별 철폐 등 인권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고위 성직자들, 아시아, 수도회 사제 등 지역 교회 곳곳에서 골고루 배출됐다.

몰타 교회의 마리오 그렉 추기경은 교회법을 전공한 학자이며, 주교 시노드의 총서기관을 지내왔다. 이탈리아 알바노교구장을 역임하고, 교황 자문기구인 추기경평의회 사무총장직을 수행해온 마르첼로 세메라로 주교는 최근 교황청 신임 시성성 장관으로 임명되었으며, 추기경으로서 장관직 수행을 이어가게 된다.

아프리카 르완다의 첫 추기경이 된 앙트완 캄반다 대주교는 키갈리대교구 교구장을 지내온 인물로, 1994년 내전으로 가족을 모두 잃으면서도 신학교 교수를 지내고, 대주교로서 르완다 교회를 이끌어왔다.

미국 워싱턴대교구 교구장 윌튼 그레고리 대주교는 미국 첫 흑인 추기경이 됐다. 시카고 출신인 그레고리 대주교는 특히 인권과 사회 정의에 목소리를 내왔으며,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인종차별주의 철폐에 앞장서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 정책을 향한 비판도 서슴지 않고 해온 인물이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교회의 카피즈교구 교구장 호세 아드빈쿨라 대주교와 브루나이의 코르넬리우스 심 주교 등 2명이 추기경에 임명됐다. 특히 인구 44만의 동남아 브루나이는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소국으로, 가톨릭 신자가 2만 1000여 명에, 본당이 3개뿐인 대목구다.

칠레 산티아고대교구의 셀레스티노 브라코 대주교와 이탈리아의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몬시뇰은 카푸친 작은형제회 소속이다. 2000년 사제품을 받은 마우로 감베티 신부는 꼰벤뚜알 수도회 아시시 준관구장으로, 이번에 3명의 프란치스칸이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1965년생인 감베티 신부는 수도회 사제에서 곧바로 추기경이 된 인물로, 추기경단에서도 가장 젊다.

유엔 제네바 주재 교황대사를 지낸 토마시 실바노 대주교 등 4명의 은퇴 주교도 추기경에 임명됐다.

새 추기경 서임을 위한 추기경회의는 11월 28일 소집되며, 교황은 이날 새 추기경들과 함께 장엄 미사를 주례한다. 이로써 전 세계 추기경단은 232명이며, 콘클라베 투표권을 지닌 추기경은 129명이 됐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