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환대하고 차별 없이 함께하는 형제애

(가톨릭평화신문)
▲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인근 야영지에서 한 로힝야족 어린이가 아이를 안고 서 있다. 【CNS 자료 사진】



4장 온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

세상의 모든 사람이 형제요 자매라는 확신이 있다면 그 확신은 마음속의 생각으로만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그 확신은 구체적으로 꼴을 갖추어야 한다. 그 확신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과 문제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게 할 것이다.

우리 이웃에 이주민이 이주해 들어왔다면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바람직하기로는 불필요한 이주가 발생하지 않는 일이다. 사람들이 이주에 나서지 않도록 본고향에서 인간다운 품위를 누리는 생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그런 여건이 갖추어지기까지는 사회가 이주에 나선 이들의 인간적인 권리를 존중하고 그 가족들의 기본적인 필요에 부응해 주어야 한다. 이주민을 맞이하는 데에는 네 가지 기본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환대, 보호, 증진, 통합이다. 이주민을 위에서 아래로 베푸는 시혜적인 복지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위의 네 가지 방법으로 함께 가는 동반자가 되고, 형제적 우애의 정신으로 그들의 문화, 종교적인 정체성과 차이를 보존할 수 있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주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걸림돌을 제거하도록 여러 단계로 안배해야 한다. 비자의 허용과 수속의 단순화, 가장 열악한 난민들의 인도적 통관 개방, 합당하고 품위 있는 주거확보, 개인의 안전, 영사업무 보조, 신분증명서 소지 허용, 합당한 법적 보호, 은행계좌 접근 허용, 최저생활 보장, 이동 자유와 취업, 어린이 보호와 교육, 임시 보호자 프로그램 운영, 종교자유 보장, 가족의 재회 지원 등이다.

이주 후 어느 정도 기간이 경과하고 사회적응의 과정을 거친 이들에 대해서는 내국인과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지는 ‘시민권’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고립과 열등감을 초래하는 ‘소수민족’이라는 차별적 개념의 사용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런 용어는 적대감과 불화를 초래할 뿐이다. 이러한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주민의 도착 국가에서 임기응변의 조처가 아니라 중장기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다른 문화와 국가 출신 이주민들의 도래는 도착 국가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만남과 선물이 될 수 있다. 이주민들을 통하여 도착 국가 시민들은 더 온전한 인간 발전과 풍요로워지는 기회를 얻게 된다. 새로이 도착한 이주민을 자국민에게 위협으로 보거나 모든 인간이 갖는 불가침의 권리를 갖지 못한 2등 시민으로 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랜 기간 발전해온 세계의 다양한 문화들은 서로의 교류와 만남을 통해 더욱 풍성해지고 새로운 성숙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서로 더 소통하고 서로가 지닌 재능과 선물을 발견하며 일치를 이루고 상호 차이를 상호 성숙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주민이 도착 국가에서 잘 받아들여지면 이들은 그곳에 축복과 선물이 된다.

오늘 우리는 모두가 함께 구원을 받아야지 혼자서는 구원받을 수 없다는 인식을 깨달아야 한다. 지구촌 어느 한구석의 가난, 퇴폐, 고통은 결국 이 행성 전체를 멍들게 하는 상처의 못자리가 되고 만다. 부유한 국가는 가난한 국가를 지원함으로써 지구촌 전체의 온전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보는 세계화적 시각과 지역 고유의 특성과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지역화적 시각을 고루 갖추어야 온전한 인간 발전을 이룰 수가 있다. 지역을 고려하지 않는 세계화는 뿌리가 뻗지 않고 줄기만 커진 나무와 같다.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고 가지를 뻗지 못하는 뿌리가 햇빛을 받지 못해 더 이상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기 지역에만 매몰되는 지역화는 다른 지역과 유리되어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고 협소한 민족주의, 국가주의로 오그라들고 만다. 다른 지역의 문화는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물리쳐야 하는 적이 아니고, 인류문화가 품고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이고 풍요로운 자산이다. 건전한 개방은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결코 위협하지 않는다. 우리 문화의 고유한 정체성은 다른 문화와의 대화를 통하여 강화되고 풍요로워진다.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