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동성혼 인정? 왜곡된 편집이 부른 오해

(가톨릭신문)

【바티칸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자들도 가족을 이룰 권리를 갖고 있으며, 동성부부의 이러한 권리는 민법의 형태로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을 때, 동성부부에게 자녀를 입양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이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권리를 바로 연이어 말한 것처럼 짜깁기했다. 자녀를 둔 동성부부에 관한 이야기에 바로 이어 교황의 말을 인용해 교황이 동성부부들에게 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비춘 것이다.

10월 21일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부부와 이성부부를 동일시하는 시민결합법을 인정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교황은 줄곧 동성애자들도 사랑, 존중 및 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해왔지만 결혼은 남자와 여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은 교황과 카메라 인터뷰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은 교황이 2019년 멕시코 텔레비전 방송국 Televisa의 통신원 발렌티나 알라스라키와 한 인터뷰에서 가정과 시민결합법에 관한 언급을 다큐멘터리에 인용했다. 이 인터뷰를 촬영한 교황청은 Televisa에 촬영본을 넘겨줄 당시 시민결합에 대한 언급은 삭제했었다.

시민결합법과 관련한 교황의 언급이 포함된 인터뷰 원본에 따르면, 교황은 스페인어로 ‘una ley de convivencia civil’라고 말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시민동거법’이며 흔히 시민결합(civil union)이라고 한다.

아피네예브스키 감독는 다큐멘터리에서 교황이 Televisa 인터뷰에서 3개의 별개 사건에서 말한 것을 한 번에 말한 것으로 짜깁기해놓아 마치 교황이 “동성애자도 하느님의 자녀로서 가족을 이룰 권리가 있으며 누구도 이 권리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시민결합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이들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2018년 8월 아일랜드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자녀가 동성애자라고 하는 아버지에게 어떤 말을 해줄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교황은 “무엇보다 기도하라. 그리고 자녀를 비난하지 말고 대화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답변했다. 교황은 “아버지나 어머니로서 이런 상황을 직접 처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도움을 요청하되 항상 대화하라. 자녀도 가족을 이룰 권리가 있고 그들의 가족도 가족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알라스라키와 한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도 가족을 이룰 권리를 갖고 있으며, 누구도 이 권리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알라스라키와 인터뷰를 통해 교황은 언론 보도에 대해 분개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언론에서는 아일랜드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교황이 분명히 “자녀가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는 의미로 말한 것을 교황이 동성애자는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는 식으로 제목으로 뽑았다는 것이다.

알라스라키가 교황에게 아르헨티나에 있을 당시 교황은 교의적으로 보수적이었다는 말이 있다고 말하자, 교황은 단호하게 “나는 보수주의자”라고 대답했다. 알라스라키가 교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이었을 때는 동성혼을 반대했다고 지적하자, 교황은 “나는 언제나 교의를 옹호해왔다”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시민결합법을 만드는 것이며, 이렇게 해야 그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