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녀 8명, 정부 감시·박해로 수녀원 떠나

(가톨릭평화신문)
▲ 중국 정부가 최근 수녀 8명에게 애국회 가입을 종용하며 박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기도하는 수녀의 모습. 【CNS 자료 사진】



중국에서 수도생활을 해오던 수녀 8명이 중국 정부의 박해를 견디지 못하고 수녀원을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이탈리아 종교ㆍ인권 잡지인 「비터 윈터」는 4일 “8명의 가톨릭 수녀들이 정부 당국의 거듭된 괴롭힘과 협박을 당하다 산시성 북부에 있는 수녀원을 떠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비터 윈터에 따르면, 수녀들은 “정부 관료들이 우리를 ‘위험인물’로 간주하고 줄기차게 괴롭혔다”며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보고하도록 강요당했으며, 심지어 몇 달 동안 한 모든 일을 공개하라거나, 여행 중에 이용했던 차량 번호까지 요구하는 등 박해를 가했다”고 전했다.

수녀들은 중국 공산당 소속 천주교 관변 단체인 애국회 가입을 거부해 공산당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아왔다. 수녀들이 이를 거부하자, 중국 정부는 수녀원에 4대의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경찰관과 현지 공무원 등 감시요원 3명을 배치해 수녀들의 활동과 방문자들을 감시했다.

수녀들은 “감시자들은 종종 수녀원 안으로 들어와 우리 활동에 대해 묻고, 밤에도 찾아왔다”며 “정부는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폭력배를 고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결국, 중국 정부는 수녀원 성당에 설치된 십자가를 철거하도록 압박했고, 지난 8월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수녀들은 “구원의 상징인 십자가를 제거하는 일은 우리의 살을 베어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내 종교 박해는 끊이지 않고 보고되고 있다. 산시성 당국자들은 주민들의 집을 찾아 집안의 성물들을 시진핑 주석 사진으로 바꾸라고 협박하기도 하고, 개신교 신자들에겐 종교를 가진 가정은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없으며, 공산당에 복종해야 한다는 강요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터 윈터는 중국 공산당은 전국 각지의 성당과 교회를 찾아 십계명이 적힌 게시물을 철거하고, 공산당 지침을 게재토록 종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공산당이 승인한 성경만 사용하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 등 각지의 본당들은 수시로 지방 정부의 애국회 가입 압박을 받다가 성당이 폐쇄되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 100여 년 전 활동하다 순교한 외국인 선교사 묘비도 철거당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비터 윈터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재정적 타격을 겪으면서 종교 단체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바티칸은 지난 10월 22일 중국과 주교 임명권에 관해 합의한 2018년 합의문 시효를 2년 더 연장키로 했다.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바티칸도 주교 서임권 문제에 대해 중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인데, 이 같은 결정에 반대해온 전 홍콩교구장 존 조셉 첸 추기경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교회를 죽이는 일과 같다”며 “이러다간 중국 내 지하 교회는 사라질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