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포용 강조한 바이든… 가톨릭 리더십 보일까

(가톨릭평화신문)
▲ 미국 역대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에 당선된 조 바이든 당선인이 연설을 하고 있다. 통합과 치유를 주창하는 그의 행보에 미국 교회와 시민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CNS】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두 번째로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 된 조 바이든 당선인을 향해 미국 가톨릭교회와 시민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가톨릭교회와 종교계에선 “가톨릭 신자든 비신자든 시민들이 분열보다는 통합을 추구하는 바이든을 지지한 결과”로 이번 대선을 평가하고 있다. ‘분열을 치유하겠다’는 바이든의 메시지가 주효했다는 뜻이다.

내년 1월 취임을 앞두고 당선인 신분으로 대통령직 인수 작업에 한창인 바이든 인수위원회 측은 벌써 우방국과의 대화에 시동을 걸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한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나아가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전화 통화를 나누며 공동 협력의 뜻을 피력하고 있다.



지구촌 평화 위한 협력 의지 적극적으로 피력

바이든 당선인은 12일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전화 통화를 하고, 지구촌 평화 정착을 위해 협력할 뜻을 내비쳤다.

인수위는 “지구촌 평화와 화해, 인류 유대 증진을 위한 교황의 리더십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며 “당선인은 교황에게 소외 계층과 빈곤층을 돌보고, 기후변화 위기 해결을 모색하며, 이민자와 난민을 환영하는 등 사회 통합을 향해 공동의 믿음을 바탕으로 함께 일하고 싶다고 표명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공감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하고, 이른 시일 내에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을 약속했다.



분열보다 통합, 신앙 정체성 담긴 정치 성향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바이든은 제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 된다. 바이든은 과거 부통령 시절부터 때마다 성경 말씀을 인용해 연설하고, 자신을 ‘실천하는 신앙인’이라며 신앙과 정치를 접목시켜 정체성을 드러내 왔다. 당선 축하 연설에서도 성가 가사를 인용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대선 운동 기간 바이든은 ‘분열보다 통합’을 구호로 내걸었다. 그의 의지대로 바이든은 중산층 재건과 함께 이민자,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수립, 동맹국과의 우호 관계 진전, 인종차별주의 철폐 등을 향해 진일보한 행보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자임에도 “모든 사람에게 낙태를 강요해선 안 된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어, 미국 가톨릭교회 입장에선 생명 수호 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전망이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미국 내에서 그래도 가톨릭 신자들이 바이든을 찍은 것은 이민자와 흑인 배척, 국제사회에서 우월주의로 고립 정책을 펼쳐온 트럼프 대통령에 국민들이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종교ㆍ정치 분야 담당 엘리자베스 디아스 기자는 10일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이번 선거는 나라의 영혼에 대한 국민투표였다. 우리가 한 국가로서 되고자 하는 이상은 무엇이고, 국민은 누가 되고 싶은지를 본 결과였다”고 해석했다.

AP통신의 엘라나 쇼르 기자는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은 자신의 가톨릭 신앙을 강조했고, 다양한 종교계 유권자들에게도 손을 내밀었다”며 “트럼프를 지지했던 보수 종교인들 사이에서도 그의 대응에 반성하고 돌아선 이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바이든이 다른 정치가들과도 달리, 자신의 정치 성향 안에 신앙 정체성을 잘 드러내 왔다. 그는 대선 기간 중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을 직접 인용하면서 “부의 정당한 분배가 이뤄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교황의 말씀도 자주 연설에 사용했다. 민주당 내에는 바이든 외에도 줄리안 카스트로, 테드 리우 등 가톨릭 신자 정치인들이 다수 있다.


‘낙태’ 문제는 교회와 반대 입장

그러나 바이든은 낙태 문제에 있어 교회와 철저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미국 내 주교들 사이에서도 그를 향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 낙태 찬성론자란 이유로 과거 한 성당 사제에게서 영성체를 거부당하기도 한 바이든은 앞으로 신자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데이비드 깁슨 포드햄대 종교문화센터 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미국의 가톨릭교회는 정치권만큼이나 분열돼 있고, 정치 관련 이슈로 양분되기도 한다”며 “낙태 지지로 인해 교회 가르침과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바이든이 자칫 신자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깁슨 소장은 “그의 신앙이 국가를 치유하는 노력에 없어선 안 될 요소라면 그것 자체로 가톨릭교회로서는 좋은 모습이 될 것”이라며 “성직자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가톨릭 리더십을 선보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