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 점령… 시민들과 가톨릭 수도자 안전 위협

(가톨릭평화신문)
 
▲ 탈레반의 수도 점령 이튿날인 16일 많은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카불 국제공항에 진입하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CNS】

 

 


탈레반 손에 넘어간 아프가니스탄이 신음하고 있다. 아프간 인접 국가와 유럽의 가톨릭 단체들은 즉각 구호 활동 수립에 돌입했으며, 탈레반과 국제사회에 국민 보호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은 미군의 최종 철수 사흘 만인 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도시 곳곳을 감시하며 총칼로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아프간 국민들은 대탈출 닷새 만인 20일 현재 약 200만 명이 주변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국민 안전을 보장하겠다”던 말과는 달리, 여성과 어린이, 애꿎은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 안전이 위협을 받게 되자, 아프간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해오던 선교 사제와 수도자의 안전도 보장하기 어렵게 됐다. 아프간 내 그리스도인 수는 최소 1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교황청은 이 중 가톨릭 신자를 200명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거의 숨어서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 박해 속에 지내왔다. 적은 수이지만, 이탈리아와 인도 출신의 선교 사제와 수도자들이 수도 카불 등지에서 활동해왔는데, 이젠 그 작은 불씨마저 꺼지기 직전에 놓였다.

1990년대 초부터 장애인과 지역민 재활 프로그램, 학교 건설 등으로 아프간 지원을 돕고 있는 이탈리아 카리타스는 최근 성명을 발표하고 “현지의 모든 구호활동이 중단될 것”이라며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아프간 사람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미래 희망을 유지할 가능성마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선교사와 사제들이 속속 출국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프간 국민과 어린이들을 계속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가톨릭 어린이 자선단체인 ‘카불의 아이들을 위하여’ 측은 “수도 카불에서 출국하지 못한 수녀들과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 그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그동안 카불에서 정신장애 아이들을 위한 무료 주간 센터를 운영하며 아프간 여성들을 고용해 함께해왔다. 그러나 이곳의 사제와 수녀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센터에 머물고 있다.

인도 출신의 예수회 사제 2명과 여성 평신도 선교사 4명도 카불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지 예수회 측은 모든 활동을 중단했으며, 인도 성직자들은 자국 대피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파키스탄 카리타스가 아프간 난민들을 돕기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 수천 명의 난민이 이미 파키스탄 국경을 넘었으며, 200여 가정이 파키스탄 중서부 퀘타 지역에 당도했다. 파키스탄 카리타스는 정부 측에 아프간 국경을 개방하고, 난민들을 되돌려보내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을 위한 응급 처치와 정서 지원 등에 나설 계획을 수립했다.

미국 주교단도 17일 성명을 내고 “아프간 형제자매들을 돕는 데 미국 정부가 최대한 긴급하게 행동해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지원을 요청했다. 국제 가톨릭 평화운동 단체인 팍스 크리스티도 이날 탈레반을 향해 “인간 존엄을 지키는 정신으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보복과 학대의 권력을 거두길 바란다”고 밝혔고, 로마의 평신도 자선단체인 산에지디오 공동체도 유럽 사회를 향해 망명하려는 아프간 사람들을 인도주의적으로 수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