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화재로 거처 잃은 김성공씨

(가톨릭신문)

지난 3월 6일 천안 북면 양곡리에 사는 김성공(요아킴·79·대전교구 목천본당)·김창희(안나·70) 어르신 부부의 일과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소작(小作)하는 집 앞 작은 밭에서 함께 수확할 작물을 돌봤다.

일하던 중 119 소방차가 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 곳에서 불이 났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불이 난 곳은 다름 아닌 어르신들 집이었다. 부엌 가스레인지 사용 부주의로 불이 붙었고, 연기 나는 광경을 마침 지나던 우편 집배원이 보고 신고한 것이었다.

다행히 빨리 불을 발견했지만, 불길을 잡기는 어려웠다. 집 자체가 마을 안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고 워낙 오래된 농가 주택이라 화마는 순식간에 집안 곳곳을 집어삼켰다. 바람도 거셌다. 83㎡ 규모에 40년도 넘은 낡고 허름한 집이었지만, 선친이 남긴 유일한 재산이기도 했던 거처가 불에 타면서 어르신들은 졸지에 피난민 신세가 됐다.

화재 다음날 대한적십자사에서 담장 밖 창고에 매트리스 등을 제공해 임시 숙소로 쓸 수 있게 했으나 온전한 거처 역할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급한 대로 집 앞 공터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다. 집안 외양간에 있던 소들도 이곳으로 옮겼다. 전기는 옆집에서 끌어와 쓰고 있다. 잠은 동네 노인정에서 해결한다.

전답도 직업도 없이, 소작농으로 어렵게 생활하던 이들은 화재로 이마저도 계속할 수 없게 됐다. 고령으로 다른 일을 찾기도 어려운 김성공 어르신은 불이 난 충격에 지병인 고혈압이 악화됐다. 왼쪽 각막 수술 부위에는 염증까지 생겨 최근 다시 수술을 받았다. 외상이나 지병은 없지만 지적 수준이 낮은 부인 김창희 어르신도 집이 사라진 충격이 크다. 자녀가 있으나 ‘부산 어디쯤 살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만 할 뿐, 왕래나 연락이 끊긴 지 오래여서 가족의 돌봄과 지원은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본당에는 김성공 어르신이 윤영중 주임 신부에게 화재 사실을 뒤늦게 털어놓으면서 사정이 알려졌다. 사회복지분과를 중심으로 어르신 돕기에 나선 본당은 기도와 함께 모금함을 설치해 신자들의 정성을 모았다. 또 불난 집을 방문해 청소와 함께 가재도구 및 비닐하우스 정리를 도왔다. 사회복지 지원 대상 가정으로 지정해 격월로 생필품 및 식품을 제공하고 푸드뱅크를 통해 먹는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 신청, 장애등급 판정 의뢰 등 복지 혜택을 받도록 행정 업무도 지원하고 있다.

김성공 어르신은 그간 ‘도움을 청하는 것이 누를 끼치는 것’이라는 생각에 어려운 형편을 이웃과 지자체에 알리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김 어르신은 굶지 않고 지내는 것을 하느님 은총으로 여겼단다. 신자들 사이에서는 사정이 더 어려운 이들을 돕고 먼저 베푸는 사람으로 기억된다. 이런 본당 신자들의 기도와 나눔에 어르신들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꼬박꼬박 참례하는 평일미사는 화재로 인한 고통을 견디게 하는 힘이다.

현재 어르신들에게 시급한 것은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에 안전한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일단 화재로 무너진 집을 철거하고 다시 집을 지어야 한다. 관할 면사무소에 긴급재난으로 슬레이트 지방 철거 지원과 농촌 빈집 철거를 신청한 상태지만 면사무소는 딱한 사정을 고려해서 벽제 철거까지 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시책 사업이라 시간도 걸리고, 정부 지원금이 나오지만 자부담 비용도 만만치 않아 김성공 어르신은 시름이 깊다. 이후에는 조립식 건물로 집을 짓는 방안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한 독지가가 설계 재능기부를 자처했다.

윤영중 신부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늘 하느님을 바라며 남을 먼저 생각했던 이들 부부가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나눔의 손길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성금계좌※
농협 456-01-038731
예금주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
모금기간: 2019년 5월 8일(수)~5월 28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42-635-5111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