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회복지시설 새 관리정책, 현실성 없다

(가톨릭평화신문)
▲ ‘한국사회복지시설 운영의 합리적인 방안 모색, 그 길을 묻다’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이 법인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을 지적하고 있다.



모든 사회복지시설의 사업자등록증을 시설이 아닌 법인 명의로 바꾸려는 정부의 새로운 사회복지시설 관리정책 안이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와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는 7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3층에서 ‘한국사회복지시설 운영의 합리적인 방안 모색, 그 길을 묻다’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시설관리안내의 문제점을 이같이 비판했다.

새 사회복지시설 관리정책의 주요 골자는 개별 시설 명의로 돼 있는 기존 사업자등록증을 모두 법인 명의로 바꿔 종사자 고용과 금융거래를 모두 법인 명의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정책이 시행될 경우 사회복지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종교계 역시 시설 운영 주체로서의 고유성과 독립성, 자율성 등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성직자나 수도자가 종교법인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 운영에 참여하려면 공개 모집 과정을 통해서만 할 수 있게 된다. 주교회의 2018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 천주교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은 1200여 곳에 달한다.

정책토론회에 참가한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은 또 △고용계약 주체 변경에 따른 종사자의 고용 불안정 △시설 후원금 계좌 변경에 따른 기존 후원자 이탈 △일부 시설이 행정처분을 받을 시 법인 전체에 책임을 묻게 되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법률 개정을 통한 문제점 보완 △법인의 책무성과 공공성 강화에 따 정부의 지원 방안 △개정안 시행 유예기간 연장 등이 필요하다고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은 제시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 김봉술 신부는 “보건복지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의지가 있고 사회복지 시설을 위한 기관인지 묻고 싶다”며 “사회복지사들의 처우나 근무 환경에 대한 개선은 없고 사회복지 현장이 투명성과 공공성이 없다는 전제 아래 규제만 하겠다는 생각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법이나 규정도 개정을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소통이 필요하다”며 보건복지부와 사회복지단체 간의 공식 간담회를 제안했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신용균 사무총장은 “정부의 책무가 있음에도 법인에 무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할 뿐 아니라 작은 규모의 법인 경우 행정 운영 여력이 없어 대형 사회복지법인 중심으로 시설 운영이 재편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개정안 전면 폐기를 요구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