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아 사망률 남한보다 8배나 높아

(가톨릭평화신문)
▲ 밤비노 제수 아동병원의 살바토레 알레산드로 크리스탈디 국제협력실장이 병원을 소개하고 있다.



북한의 2세 미만 영아 예방접종률은 98%에 가깝지만, 영아 사망률은 남한보다 8배, 모성 사망률은 7배가량 높다는 발표가 나왔다. 북한에서 임신과 출산으로 목숨을 잃는 여성은 660명당 1명으로, 북한의 의료 현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미얀마와 라오스 상황보다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북한의료연구소장 최윤석(루카) 교수는 9일 서울성모병원 지하 강당에서 열린 가톨릭중앙의료원 가톨릭메디컬엔젤스(이하 CMA)의 첫 심포지엄에서 북한 의료 지원과 모자보건에 대한 접근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CMA의 북한 의료 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가브리엘팀을 이끄는 최 교수는 영유아와 산모들이 죽어 가는 열악한 현실을 소개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북한의 기본 예방접종은 8종류(남한은 18종류)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위한 약품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 또 북한 정부는 예방접종에 쓰는 돈의 45%는 자체적으로 해결하지만 55%는 외국 민간단체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최 교수는 “북한에 의사와 간호사는 많은데 보건의료 지표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심혈관계ㆍ감염성 질환을 많이 앓고 있는 북한 주민을 위한 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 보건 의료 협력의 의의’에 대해 발제한 김진숙(보건복지부 남북보건의료협력추진단) 대외협력팀장은 “감염과 약품 부족의 문제로 모성 사망률이 줄어들지 않는 게 북한의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 팀장은 “북한이 한해 기본적인 생존을 위해 필요한 4개(식량·영양·보건·식수) 분야에서만 1200억 원이 필요한데 대북제재가 심해지면서 현재 5월 기준으로 150억 원을 모아 10.2%를 겨우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밤비노 제수 아동병원 살바토레 알레산드로 크리스탈디 국제협력실장은 “지난 한 해 전 세계 62명의 어린이를 무상으로 치료했지만, 숫자가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 세계의 어린이들은 똑같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심포지엄은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설립한 보건의료 사회공헌기구인 CMA의 주요 활동과 과제를 소개하는 자리로, 국내외 의료선교와 대북 의료협력 사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소개했다. 자연 재난과 공해에 대한 민간 차원의 대응 전략도 제시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축사를 통해 CMA 활동을 격려하며 특히 북한 아이들에게 치유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손희송(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상임이사) 주교는 격려사에서 “도움의 손길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울타리를 넘어 사회의 구석진 곳, 먼 나라까지 가야 한다”면서 “심포지엄이 갓 출범한 CMA가 힘차게 나아가는 데 자극과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 후에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밤비노 제수 병원과 업무 협약식을 맺고, 의료 협력을 해 나가기로 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