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들의 사회교리] (41)나는 인간이다

(가톨릭평화신문)
 
▲ 최원오 교수

 

 


“이방인이 도시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사람들을 용인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은 도와야 할 때 오히려 이방인을 내쫓습니다. 그들은 이방인이 공동의 부모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갈라놓고, 모든 이를 위한 재화에서 그들의 몫을 거부하며, 이미 시작된 공생의 운명을 거절합니다. 그들은 궁핍한 때에도, 공동의 권리를 누려온 이들과 생필품을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맹수도 다른 맹수를 내쫓지 않거늘, 인간이 인간을 쫓아냅니다. 맹수와 짐승은 땅이 주는 음식을 모두에게 속한 공동의 몫이라고 여깁니다. 맹수와 짐승은 같은 종끼리 돕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것이라면 그 무엇도 자신에게 낯설지 않다고 여겨야 할 인간이 서로 공격합니다. … 기근을 피해 도시에 들어오는 이방인을 막으라고 백성이 아우성치자, 올바른 로마 집정관은 유력인사들과 재력가들을 불러 모아 공동선을 위한 조언을 요청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방인을 내쫓는 것은 얼마나 야만적인 일입니까. 인간에게서 인간다움을 빼앗고 죽어가는 이에게 음식을 거절하는 것은 얼마나 야만적인 일입니까! 우리는 강아지가 식탁 앞에서 먹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견디지 못하면서도 정작 인간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이 많은 백성이 세상에서 끔찍한 굶주림으로 죽어가게 만드는 것은 얼마나 몹쓸 짓입니까.”(암브로시우스, 「성직자의 의무」 3,7.45-46)



함께 아파하며 연대하는 인간

“나는 인간이다. 인간적인 것이라면 그 무엇도 나에게 낯설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대 희극 작가 테렌티우스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무관심이 세계화된 이 시대에 인간의 조건을 다시금 생각게 하는 화두다. 가난한 이를 경멸하고 난민에게 문을 닫아걸던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시대 상황에서 성 암브로시우스 교부(340~399)는 이 경구를 그리스도교적으로 재해석한다. 난민과 이주민을 배제하고 병고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를 외면하며 불의에 짓눌려 신음하는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않는 것은 자비와 정의를 거스르는 대죄일 뿐 아니라, 스스로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일이라고 한다. 누군가 고통에 몸부림치면 함께 아파하고 슬픔에 무너져 내리면 함께 울어주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참한 민중을 귀찮아하지 말고 연대하십시오. 허약한 이들과 함께 아파하십시오. 우리는 모두 한 몸이며 서로 연결된 지체라는 것을 아십시오. 인간은 다른 사람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고통을 받으면 그 사람과 함께 아파하는 것입니다.”(암브로시우스, 「시편 118편 주해」 8,54)



난민도 존엄한 인간

서양의 목민심서(牧民心書)라 할 수 있는 암브로시우스의 걸작 「성직자의 의무」에는 올바름(honestum)과 이로움(utile), 곧 명분과 실리에 관한 다양한 사회적 가르침이 담겨 있다. 여기 인용한 대목에는 난민에 대한 깊은 사랑이 배어 있다. 서로 배척하고 독식과 독점을 일삼는 것은 짐승보다 못한 짓이니, 똑같은 존엄을 지닌 난민을 가족으로 맞아들이고 공동의 재화를 기꺼이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난민을 인격체가 아닌 통계수치로 만나고 사회적 골칫거리로만 여기는 데 익숙해진 이 시대에 새롭게 새겨야 할 거룩한 전통이다.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