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폐암 말기, 단칸방이라도 햇볕 드는 집이면…

(가톨릭평화신문)
▲ 이미숙씨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손등을 바라보고 있다. 약이 독해서 먹으면 손등에 피멍이 든것처럼 번진다.



“가슴에 찹쌀을 뿌려놓은 것처럼 암세포가 퍼졌대요. 의사선생님이 치료가 안 된대요. 죽는대요.” 이미숙(57)씨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힘겹게 말했다. 이씨는 말기 폐암 환자다.

이씨가 자신이 폐암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018년 4월 어느 따뜻한 봄날이었다. 이씨는 그날 평소에 가던 병원에 혈압약을 받으러 갔다. 의사와 이야기를 하던 중 가슴 쪽이 이상하다고 했고 의사는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검사 후 의사는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래서 찾아간 병원에서 이씨는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림프절과 늑막, 부신, 뼈에도 암세포가 퍼졌다. 이씨에게는 1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씨는 15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방사선 치료도 어려워지면서 지금은 약에 의지한 채 살고 있다.

지금까지 이씨의 삶은 평탄치 못했다. 2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폭력적인 계모 밑에서 살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를 찾아갔지만, 엄마는 이씨를 반기지 않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때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도 갈 데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다방을 전전했다.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말에 속아 유흥업소에 가기도 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23살에 결혼했다. 그런데 시부모와의 불화로 남편과 이혼하면서 아이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이씨는 그 후로 식당일 등 온갖 궂은일을 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빚이 이씨의 발목을 잡았다. 생활비로 카드를 자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결국, 2018년 초 파산 신청을 했다. 지금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한 달에 71만 원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월세와 관리비 등을 내고 나면 이씨 손에 남는 돈은 2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씨는 다가오는 겨울 난방비가 더 큰 걱정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병원비 혜택을 받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씨는 주로 지하 집에서 생활했다. 빚이 있어서 숨고 싶은 마음이 컸다. 폐암 진단을 받고 나서는 지상 1층에 있는 집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지금 사는 곳도 햇빛이 잘 들지 않고 바퀴벌레 때문에 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하려는데 가방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적도 있었다. 이씨는 “반지하 작은 방이라도 햇빛 잘 들어오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이씨에게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런데 대답은 뜻밖에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방이었다.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방이 있으면 건강도 좋아질 것 같다”는 이씨. 취재 후 떠나는 기자를 배웅하러 나온 그는 기자에게 햇살보다 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후견인/의정부교구 가좌동본당 주임 김승범 신부

▲ 김승범 신부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열심히 견뎌내고 있는 이미숙씨의 단 하나 소원은 ‘반지하라도 좋으니 죽기 전에 햇볕이 드는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미숙씨가 따뜻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독자들의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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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