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들의 사회교리] (44)배부른 교회에게

(가톨릭평화신문)
 
▲ 최원오 교수

 

 


신앙인이 늘어날수록 신앙은 줄어듭니다. 자식이 커갈수록 그 어머니는 약해집니다. 교회여, 그대는 번식력이 커질수록 허약해졌습니다. 그대는 나아가면서 뒷걸음질칩니다. 그대 교회는 힘 때문에 약해진다는 말입니다. 그대는 종교의 이름은 달고 있지만, 종교의 힘은 지니지 못한 구성원들을 온 세상에 퍼뜨렸습니다. 신자는 풍성해졌지만, 신앙으로는 가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신자 수가 많아질수록 신심은 더욱 빈곤해집니다. 몸집이 커질수록 영혼은 더 쪼그라듭니다. 더 커졌으나 실상 더 작아졌다는 말입니다. 금시초문의 발전과 퇴보를 거듭하며 그대 교회는 증가하는 동시에 감소합니다.

그대의 훌륭한 모습과 온몸의 아름다움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4,32)는, 그대의 살아 있는 덕행에 관한 가장 거룩한 그 증언은 어디 있습니까? 아, 괴롭고도 안타까워라, 지금 그대 교회는 누구의 것인지! 그대는 성경을 읽기만 할 뿐 덕행은 간직하지 않습니다. 그대는 성경 지식에만 관심이 있을 뿐 양심은 없습니다. 실제로, 지금 그대의 자녀 가운데 많은 이는 죽음을 부르는 일의 장사치들입니다. 장사꾼과 여관 주인처럼 지옥의 것이라 할 세속 일에 매달리고, 허망하고 파멸적인 것에 열을 올립니다. 그들은 번 돈으로 인생의 손실을 구매합니다.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얻기 위해 자기 것은 탕진합니다. 상속자들에게는 잠깐의 기쁨을 줄 뿐 재산을 모은 이에게는 오랜 슬픔을 줄 불행한 보화를 땅에 맡깁니다. 자신은 물론 다른 이들도 현세 재화를 이용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지옥의 부를 지하창고에 몰래 숨기면서, 자기 돈과 함께 자신의 희망도 묻어버립니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마태 6,21)고 주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신 대로입니다.(마르세유의 살비아누스, 「 교회에게」 1,4-5)



복음화에 관한 비판적 성찰

수사 신부였던 마르세유의 살비아누스 교부(400~480년경)가 쓴 「교회에게」의 한 대목이다. 사회적 불의와 온갖 착취에 시달리던 가난한 민중의 삶을 외면한 채 양적 성장에만 매달리던 배부른 교회를 향해 던진 충심의 ‘돌직구’다. 교회의 외적 성장과 통계 수치를 복음화로 착각하지 말라는 교부 시대의 소중한 증언이다.

살비아누스는 복음적 열망에 사로잡힌 나머지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준 다음 한평생 수도승 생활에 투신했다. 이론을 중시하던 신학 풍토에서 오랜 세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그의 사회적 가르침이 지난 50여 년 동안 새롭게 조명되면서 살비아누스는 카파도키아 삼총사(대 바실리우스,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 니사의 그레고리우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암브로시우스와 더불어 사회정의를 위한 교회의 책무를 일깨워준 대표적 교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가난한 교회를 향한 꿈

가진 것을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연대와 환대의 공동체에 관한 사도행전 4장의 증언은 살비아누스의 교회적 이상이었다. 당시 민족대이동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양극화되자 살비아누스는 부자들의 탐욕을 모질게 꾸짖으며 교회 쇄신을 외쳤다. 성직자·수도자는 물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자 하는 모든 부자는 재산을 기꺼이 포기하라고 권고했다. 가진 것을 자발적으로 나누는 가난한 교회를 향한 오랜 꿈이 생생하게 보존된 교부 문헌이다.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